어제 오후 다섯 시 무렵부터 을씨년스럽게 내리기 시작하던 진눈개비가 밤 사이엔 끝내 눈으로 바뀌었나보다. 새벽 네 시 경에 눈이 떠졌는데 밖을 내다 보니 온통 주변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은빛 세계였고 그때까지도 눈은 조금씩 계속 날리고 있는 것이 가로등 불빛에 비쳐보이더라.
서울엔 적설량이 12cm 이상이더구나. 오늘이 3 월 10 일인데 이만한 양의 눈이라니 春雪이 亂粉粉한다더니 그야말로 春來不似春이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거의 동시에 골고루 많은 눈이 내렸으니. 부산지역에서는 불과 5cm 정도의 눈에도 초등학교들이 휴교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지다니, 한겨울도 아닌데.
하기야 이른 봄 날씨란 게 원래 이런 것 아닌가. 꽃샘 추위로 곤욕을 치르지 않고 지나가는 해가 지금까지 언제 있었던가. 이런게 우리나라 봄 날씨의 전형인가 보다. 이렇게 어렵게 오는 것이 봄이라, 봄이 그만큼 더 반가운 건지도 모르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고 어렵게 어렵게 만나는 님이라야 더 반가울 게 아닌가.
어젠 오후 두 시경 민규 데리고 여기 신도시 제 1 공원인 멋진 Central Park과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새로 근사하게 조성한 캠퍼스로 이전한 인천대학을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좀 떨어진 E마트에까지 가서 한참을 놀다 왔다.
엊그제 8 일이 돌날이었어. 그래서 그런지 녀석이 갑자기 많이 똘똘해진 것 같다. 이젠 제법 의사표시를 하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뜻대로 안 되면 마구 땡깡을 부리는 통에 감당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을 때도 많다. 놀기도 잘 하는 건 물론이고.
이젠 마트에 가서도 카트 안에 올려놓으면 붙들고 선채로 이리저리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손가락으로 관심 있는 것들을 가리키기도 하고 좋아 고함을 치기도 하면서 신나게 잘 논다. 어제도 세 시간 가량을 어미도 안 찾고 그렇게 잘 놀았다.
좀 한가한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가 지나 갈 때면 종업원들이 민규를 쳐다보고는 보는 쪽쪽 ‘잘 생겼다,예쁘다, 장군감이다’고 한 마디씩을 하고 머릴 쓰다듬어도 주고 먹을 만한 것이 있는 시식 코너를 지나칠 때면 먹을 것도 주고 악수 하자며 고사리 손을 잡아보기도 하는 등 인기가 대단했다.
이래저래 재롱둥이 귀여운 민규 재롱에 할아비 주름살이 펴지는가 깊어지는가 모르겠다. 한데, 녀석과의 이런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언제까지 이어지겠나. 모두가 잠간 동안인 것을. 나중에 좀 커 봐라, 그 땐 제 할일로 바빠 이 할아비 거들떠보기나 하겠나. 유행가 노래말 마따나 “기회는 한 번 뿐이야”지.
세상에 같은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을 소중하게 보낼 줄 아는 지혜가 건전한 생활인의 자세일 것 같다. 하루하루가 쌓여 그 사람의 일생을 만드는 것인즉 오늘도 이 하루를 소중하게 보람되게 쓸모있게 유용하게 건전하게 보내도록 노력하자꾸나.
오늘 하루 내가 살아있었다. 오늘 하루도 작지만 그런대로 의미가 있었다. 시간을 죽이지는 않았다. 욕심이나 지나친 바람을 갖지를 말아야지. 어떤 때는 공연히 마음이 언짢아 지는 듯한 때가 있기도 하더구나. 그런 땐 그 원인이 뭔가를 규명해보게 되는데 원인은 의외로 쉬 밝혀지더구나.
내가 욕심을 가졌기 때문이었어, 다시 말해서 버린다 버린다 하면서도 그 고약한 이기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단 말이지. 천년만년 살 것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저런 앞으로의 걱정을 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던 거야. 아니다! 이래서는 안된다. 마음 비워야지 하고 생각을 고쳐 먹는 순간 이내 마음의 평화가 다시 깃들이게 됨을 느끼게 되더라.
“나의 無存在”를 다시 생각해보자구. 나의 무존재 아쉬워할 사람이 이 세상에 나 자신말고 누가 있으랴. 없어, 아무도 없다고. 설사 그럴 사람이 있다 한들 그 수가 얼마겠으며, 그 수가 많고 적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이 세상 이 순간을 나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면 되는거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문제는 남들을 의식하고 은연중 그들과 비교를 하는 통에 발생하는 거야. 70 억 가까운 많은 인간들 중 나의 DNA는 유일한 것인즉 굳이 남과 같이 되려고 하는 줏대없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 나의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을.
메일 쓰다 말고 잠간 다시 밖을 내다 보았다. 아침엔 뽀얗게 끼어있던 짙은 바다 안개가 걷히고 저 멀리 인천대교 타워 두 개가 다시 그 위용을 드러내는 개이는 날씨다. 평지는 아직도 눈으로 하얗게 덮혀 있다만 차들이 다니는 큰 길이나 양지바른 건물 앞 쪽은 벌써 눈이 많이 녹은 상태다. 봄눈 녹 듯한다는 말처럼 이 눈이 얼마나 가겠나. 그야말로 하루 살이 목숨이겠다.
내일 목요일과 다음 월요일 치과 가는 날이렸다? 임플랜트한다면 준비하는 데도 힘이 무척 드나보다.현명하게 잘 대처하리라 믿는다. 이왕 맘 먹은 일이라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도록 협력을 잘 해야지.치아건강의 중요성이라니. 그래서 이를 오복 중 하나라 했거늘.
여기 있자니 운동을 제대로 하지를 못해 그런지 내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고 이 좀 이상해지는 것 같다.내일 또 다시 민규 데리고 솔군해서 수지로 갈 작정이다. 토요일은 부산에서 애들 외사촌 결혼식이 있어 거기를 참석해야 한다는구나. 승용차로 가게 되는가 본데 나는 제외하고도 한 차가 될 것 같다. 인기도 같이 가야 하니. 난 빠질 생각인데 어떨지 모르겠다.
3월 초순의 백설을 감상하면서 국제신도시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16-4 더샾 엑스포 아파트 1004동 1101호에서
201003101131/푸른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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