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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릇에 담긴 오렌지 열매를 보며 생각의 흐름을 좇다 보니 어느덧 하루 해가 기우는 것 같습니다. 열매는 인생과 같습니다. 악한 나무에선 악한 열매를, 선한 나무에선 선한 열매를, 우리의 인생이 끝날 때면 우리의 열매도 환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 주위를 깊이 파고 거름 주고 북돋으면서 이 오렌지나무처럼 부지런히 자신만의 열매를 곱게 맺어야겠습니다” —————- |
윤선생님
오랜만에 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부슬부슬 온 종일 내린 서울의 하루였습니다. 오는 김에 더 많이 왔으면 좋을 테지만 어제 내린 비의 양만도 20mm 가량이라니 이만해도 감지덕지 해야지요. 가뭄 끝에 내린 비라 마음마저 촉촉히 가라앉은 듯합니다. 이 비 맞고 나면 겨우내 땅속에서 바짝 웅크린채 봄을 기다리던 냉이며 쑥도 이내 그야말로 쑥쑥 새잎을 곧장 땅 위로 내밀 것만 같습니다.
봄 기다리는 마음은 밝은 마음, 고운 마음, 아름다운 마음인가요. 마음씨가 아름다운 사람만이 아름다운 글을 쓸 수가 있을 것입니다. 윤선생님의 “오렌지나무 곁에서” 시리즈 여덟 편을 다 읽어보았습니다. 2006년 시월에 시작하여 엊그제 2월 8일까지 한결 같이 지켜보시는 그 정성 또한 너무 갸륵하십니다. 그 나무 ‘열매’는 윤선생님 정성과 사랑의 탐스런 결실입니다. 위의 글도 하도 예뻐 위에 다시 옮겨봤지요.
평범한 일상을 그처럼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느끼고 생갹하며 의미를 부여할 수가 있구나 싶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산다면 그런 사람은 얼마나 여유롭고 행복할까요.
이 글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여린 윤선생님의 비단 같은 마음씨를 예쁘게 그려 놓은 한 폭의 정물화이더군요. 앞으로도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김삿갓처럼 저도 타고난 ‘방랑자(vagabond)’라 자처하고 싶은 사람인데 윤선생님은 저보다도 상수인 여행메니어인 것 같습니다.
좋지요, 할 수만 있다면 여행보다 더 좋은 건 세상에 없다마다요.그러나 무작정 많이만 다닌다고 해서 다 여행가는 아니지요. 보고 느끼고 들어 머리에 남아있는 게 있어야 진정 의미있는 여행이지요. 윤선생님의 여행은 바로 그런 의미있는 여행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는 것 만큼 보이고 아는 것 만큼 들린다 잖아요. 그게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에서 모스크바(Moscow)까지, 거기서 또 상트 뻬떼르부르크(St.Petersburg)까지 시베리야 횡단열차여행을 해보기도 했으나 저에겐 윤선생님의 새비야(?) 여행만큼도 풀어 낼 밑천이 없었습니다. 도중에 이르크츠크 구경에다 바이칼 호 등을 보았는데도 말입니다.
윤선생님은 가지신 그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문장 구성력과 놀라운 기억력 등이 종합적 유기적으로 작용하면서 누에가 고치를 짓듯이 아름다운 글을 만들어내나 봅니다. 습작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오래 꾸준히 쓰다보면 언젠가는 훌륭한 글꾼이 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연륜이 쌓여가면서 향상되고 발전하고 느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조직적이요 종합적인 사고력이요 상상력이요 창조력이요 글재주요 글솜씨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야 세상을 관조할 수 있게 될 것 같으니 그것도 하나님의 섭리인가 봅니다. 그러니 나이 드는 것은 단순히 늙는 것이 아니라 열매가 익어가는 과정이요 성숙의 과정인 것이지요.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행복한 노년은 공치사가가 아닙니다. 그것이 사실임을 저같은 사람은 체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하겠습니다.
오는 3월 8일이면 돌이 되는 손자녀석이 요사이는 아침에 자고만 나면 항상 할아비인 제 방으로 어김없이 터덕터덕 소릴 내며 기어와 문안인사(?)를 하곤 합니다. 그러고는 휘젓고 다니면서 한 바탕 저지레를 하고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지 겨우 딴 데로 관심을 돌립니다. 방금도 그랬습니다. 뭘 좀 하겠다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그 훼방꾼 때문에 낮 시간엔 도무지 속수무책입니다.
요새는 그 녀석이 함께 있어 저희 내외는 세월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세 번째 손자인데도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손주 사랑도 더 커져만 가나 봅니다. 저희가 지난해 봄 귀국했을 때는 겨우 40 여일밖에 되지 않았었는데 그 사이 꿈만 같던 세월이 이렇게 튼튼하고 으젓한 말썽꾸러기로 키워놓았습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라 믿고 감사할 뿐입니다.
보낸 글들이 <좋은글>에 다시 실려지는 걸 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이야 많을 테지만 진주요 보석이라 그런지 아무에게나 잘 눈이 띄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진주는 흙속에 묻혀 있어도 진주는 진주입니다. 언젠가는 찾아내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이미도 그렇습니다만 윤선생님의 진주도 머지 않아 더욱 광채를 내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분발을 기원합니다.
2010. 02. 10.
경기 용인 수지에서 / 김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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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먼데 그렇게 과찬을 해주시니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쓰라는 채찍으로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보내주신 글로 힘을 얻어
더욱 먼 길을 피곤치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손주들이 결혼해 증손주들을 보실 때까지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시기 바랍니다.
뉴욕에서
윤명희 올림
*너무 예쁜 그림 글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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