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조홍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유자이 안이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기리 없을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쟁반 가운데에 놓인 일찍 익은 감(홍시)이 곱게도 보이는구나.
유자가 아니라 해도 품어 가지고 갈 마음이 있지만
감을 품어가도 반가워 해 줄 부모님이 안 계시니 그것이 서럽구나 )

박인로의 조홍시가 (해동가요)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어느 날 고시를 따라 들어가 낯익은 시들을 읽어보았다.
그중에 이 시를 대할 때마다 작자의 심금이 내 마음에서도 아프게 울려온다.

선조 34년 때 저자 박인로가 한음 이덕형을 찾아갔을 때 반가운 손님을 위해 내온 조홍감을 보고 육적의 회귤고사를 생각하며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애절한 시이다.

이 시를 대할 때마다 다시 뵐 수 없는 부모님이 그리워진다. 8남매의 막내로 자라나 어머니의 노고를 제일 모르고 살아온 게 서럽다. 여러 자식들의 뒷바라지로 막내인 나에게도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셨겠는가? 오십이 다 된 이 나이에도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아직도 모른다.

중3 때부터 서울에 올라와 어머니와 많이 떨어져만 살아서 나는 아직도 부대끼는 어머니의 정을 잘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여 때로는 가슴이 저며온다. 나는 언제나 어머니의 마음을 깊이 알 수 있겠는가 하여 마음이 답답할 때도 있다. 문득 한 언니가 어머니가 너는 막내라 너만 이뻐 했다 하면 나는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데…..

같이는 안 살았어도, 먼 길을 오며가며 필요한 것들을 다 채워주신 어머니, 아무것도 없는데서 무엇인가를 꼭 만들어낸 어머니, 세상 것에만 눈이 쏠려 어머니의 존재에 무감각하고 살았던 나의 덧없는 마음, 어머니를 늘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쓸 데 없었던 자식의 마음, 그런 불효 자식들의 끈끈한 그림자가 평생 되어온 어머니, 마침내는 그림자가 우리 몸에 들어와 뿌리가 되어져 우리를 살게 하던 어머니,

그리고 그 그림자가 사라졌던 어느 날, 내 마음 한 귀퉁이도 어머니와 함께 떨어져 나가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 커간다. 어머니가 가신 지도 8년, 어머니는 여전히 내 마음에 살아 계신다. 한국에 그대로 살고 계신 것도 같다. 다행히 세월이 이리 빠르니 곧 천국에 가서 뵐 걸 생각하면 기쁘다.

그런데 이따금씩 너무 그리워서 슬프다.
지금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 못 보니 정말 슬프다.
5/10/09 어머니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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