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 주에 있는 라스베가스는 여러 번 왔었다. 아주 오래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살던 부부가 우리 부부를 대접 한다며 4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 다음 몇 번은 여행 중 거쳐가는 곳이어서 들렀던 적이 있었고 이번엔 공적인 모임이 있어서 참석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여름 한 낮에 이곳을 들렀을 때 밝은 태양 빛 아래 있다가 도박장에 들어서니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 깜깜한 듯 했다. 차츰 적응이 되자 노인들이 잘 가누지도 못하고 비대해진 몸을 휠체어에 타고 와서 게임기에 앉아 무료함을 달래려는 듯 돌아가는 그림들을 노려보며 계속 동전을 넣고 기계를 두들기는 모습에 순간 연민을 느끼며 멍해 보이는 그들이 너무 서글퍼 보였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말하기를 많은 노인들이 할 일 없어 웰페어로 몇 푼 받은 것을 가지고 와서 도박으로 다 날려보낸다며 혀를 차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그 노인들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할 일이 있어야 하고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삶에 보람을 느끼며 우아하게 늙어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다.
이제 바닥까지 내려갔다느니 아직도 더 내려가야 한다느니 하면서 곤두박질 치는 미국경제로 인해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지역의 하나로 라스베가스가 꼽힌다. 예전에 그 많던 사람들은 찾아 볼 수가 없고 담배연기로 탁해진 도박장엔 듬성듬성 빈 테이블이 많이 있었다. 주말에 사람들의 물결로 인해 걷기도 힘들었던 도심의 거리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여유 있게 걸을 수 있었다.
우리들이 머물고 있던 호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국식당이 있다며 로스엔젤스에서 온 사람이 일러주어 몇 명이 걸어서 찾아 나섰다. 조금 들어 간 곳에 김치식당이라는 간판이 크게 걸려있어 들어가보니 안이 꽤 넓어 보였다. 토요일 이른 저녁이라서 인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뉴욕의 음식솜씨와는 비교 될 수 없었지만 그런대로 모두 맛있다고들 했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의 말에 의하면 주위에 한인들이 대략 2만5천 명쯤 살고 있는데 경기가 말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주로 이주한다고 한다. 몇 년 동안 부동산 붐이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는데 이젠 가장 빨리 하강하는 곳이라며 아마 회복도 가장 더딜 것이라고 한다. 이유는 주거용이 아닌 레저용 주택지이기 때문에 불경기일 땐 제일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어느 한인은 로스엔젤스에서 큰 봉제업을 해서 돈도 꽤 많이 벌었는데 다 망하고 겨우 몇 푼 챙겨 이곳으로 왔는데 또 이 모양이라며 깊은 자조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인생에서 돈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나름대로 인생의 의미를 짚고 있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통은 위장된 축복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가질 것 다 갖고 있다고 느낄 때 마음이 부유해져서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졌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다 사라져 마음이 가난해졌을 때 깊은 영혼의 외침을 듣게 되는 것이다.
그 분은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다.
“죽을 때 돈을 가져갈 수 있습니까?”
702 total views, 1 views today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