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에는 온통 나라 전체가 부패로 인해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어 보인다. 각종 게이트를 비롯해서 자금 대주기, 줄서기, 친인척 비리에 아들들 문제까지 정치판이 난장판이 되어버린 듯 하다.
벼룩도 낯이 있다고 일의 잘잘못을 떠나 나라가 시끄럽게 되고 국민들이 언잖아하면,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이기는커녕 반박과 일축과 변명이 난무하는 것 같다.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모든 권력이 한 곳에 몰려있어 각종 부정부패를 가능케 한다. 권력추종자들의 생사를 건 투쟁이 벌어지고 청탁과 거래의 비공식 권력행사가 각종 비리의 원천이 되고있다.
각종 게이트 중 최규선 게이트는 요즘 심심치 않은 소재를 제공해 준다. 그가 수감되기 전 남겨놓았다는 녹음테이프를 듣노라면 얼마간의 가감을 해도 권력의 허상을 보게된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를 여행할 때 감흥은 퍽 인상적이었다. 19세기 그곳은 이미 중국의 정치적 불안과 타락으로부터 탈출해 정착한 중국인이 78%에 이르렀다.
중국은 1998년 주룽지 총리가 취임할 때 “내 것을 포함, 1백 개의 관을 준비하라”고 비장한 각오로 부패에 대한 선전포고를 할 정도로 부정부패의 뿌리가 깊었다. 아직도 사라질 줄 모르고 여전하다.
하지만 같은 중국인들인데도 싱가포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달랐다. 먼저 깨끗한 환경과 시민정신에 놀랐고 법이 법으로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 기초공사를 한 장본인이 바로 싱가포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리콴유 총리(1959~1990년 재임)이다. 1999년에 출판된 그의 저서 리콴유 자서전(The Singapore Story)은 그 자신처럼 솔직하고 겸손, 청렴한 그의 정치역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1964년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느꼈던 기록은 꽤 흥미있다. 그가 리베리아를 방문했을 때 저녁식사 시간에 대통령이 의사봉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부통령님, 감사기도 부탁합니다” 하더라는 것이다.
영빈관이라는 곳이 물도 안 나와서 환타로 이를 닦고 잠이 오지 않아 침대 옆에 놓인 읽을 거리를 집었는데 그것은 대통령을 아프리카의 별로서, 그 나라의 구세주로서 찬양하는 용비어천가 노래였다고 한다.
다음 날 수도 몬로비아를 돌며 거대한 대통령 궁과 그 주변의 끔찍한 빈민촌을 목격하고 한시라도 빨리 그곳을 빠져나오고 싶었다고 한다.
그 당시 리콴유는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반식민주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적 통제정책은 확실히 나라를 빈곤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고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선거운동을 할 때 아무리 연설 언어가 달라도 한 입에서 두 말을 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하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1988년 그의 연설에서 한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병상에 누워있더라도, 당신들이 나를 무덤으로 끌어내릴지라도 무언가 잘못이라고 느끼면, 나는 일어날 것이다(Even from my sickbed, even if you are going to lower me into the grave and I feel that something is wrong. I’ll get up).”
롤모델이 없는 사회, 자기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사회, 종교가 제 구실을 못하는 사회, 존경받지 못하는 졸부들의 사회, 자신이 행한 일에 책임질 줄 모르는 사회, 물질만능 사회, 힘없는 자를 무시하는 사회, 한탕주의가 판치는 사회, 측근, 가신들이 판치는 지역정치 사회, 끼리끼리 해먹는 패거리 사회 이 모든 것들이 자체 치유능력과 교정능력을 상실하게 하고 정신적 유산을 황폐시킨다.
어찌해서 한국은 이렇게 지지리도 지도자 복이 없을까? 지도급 인사들의 잘못도 있지만 그런 인물들을 뽑은 국민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두 눈을 부릅뜨고 노리는 것이 돈과 권력뿐인 쓰레기들은 정말 솎아서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미래를 펼치고 희망을 제시하는 참다운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심는대로 거둔다.
윤명희
200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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