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4동에 위치한 프랑스 외국인 고등학교 1학년생 14명과 교사 2명이 지난 2002년 4월 12일 낮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한 보신탕집에서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체험했다고 한다. 학생 18명 중 개고기를 먹는데 반대하거나 유보 입장을 보인 여학생 4명을 제외한 14명과 교사 2명이 그곳에서 수육과 탕을 먹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직접 보신탕 시식에 나선 것은 수업시간 중 ‘한국의 보신탕 문화’에 대해 토론을 벌이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프랑스인의 시각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고국에 알리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행 사에 참여한 학생 말라 미리암(16. 여)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막상 먹어 보니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었다”며 “보신탕도 하나의 음식일 뿐”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교사 카이에티 브리노(30)는 “개고기도 음식의 하나이며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야만인’ 발언을 한 브리지드 바르도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보 신탕집 주인 양순자씨(58, 여)는 “처음에는 고기 냄새를 맡는 등 부담스러워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 맛있게 먹었다”며 “개고기는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린 음식이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5월 3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6월 한 달 동안 벌어질 행사인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불거질지 모를 개고기 음식문화에 대한 시비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독 일 ZDF TV방송이 6년 간 추적해서 만든 다큐멘터리 시리즈 “스핑크스, 역사의 비밀’의 편집자였던 한스 크리스티안 후프(Hans Christian Huf, 1956- )가 그것을 책으로 엮은 ‘역사의 비밀’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지 금의 튀니지 수도 튀니스 근처에 있었던 카르타고는 기원 전 3세기 경에 로마와 지중해 주변의 패권을 놓고 충돌할 만큼 성장했었다.  한니발(Hannibal, BC 247-183/181년 경)이라는 장군 덕에 카르타고는 로마와의 전투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었고 로마를 완전히 정복할 뻔 했다.

기원 전 216년 8월 2일 숨막히게 뜨거웠던 날 칸나이(Canne)에서 북쪽에는 로마인이 남쪽에는 카르타고인이 대치했었는데 바람이 로마인 쪽으로 불어 그들의 눈에 먼지가 들어갔고 태양이 그들의 눈을 부시게 하여 책략이 넘쳤던 한니발의 대승리로 끝났다.

이 전투에 패한 로마는 도망치는 주민들을 저지하기 위해 성문을 닫았고 예언녀 시빌의 책에 씌여진 대로 신들을 진정시키려고 켈트인 한 쌍을 생매장하였다. 카르타고인들은 바알 함몬이나 여신 타니트에게 어린아이들을 제물로 바쳤는데 칸나이 전투에 패한 로마인들은 자신들도 신에게 인간제물을 바치면서 카르타고인들을 가리켜 개고기를 먹고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야만인이라고 비난하였다.

‘보바르 부인’을 쓴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1831-1880년)는 카르타고 용병들의 식사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올리브 열매 찌꺼기로 살을 찌운, 장밋빛 비단가죽을 두르고 배가 물룩 나온 개 몇 마리를 내놓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이것은 다른 민족들이 혐오하는 카르타고 고유 음식이다’ 라고.

그렇다.  각 나라마다 고유한 음식이 있다.  동남아 사람들이 사람과 가장 근접하게 생긴 원숭이를 잡아 먹는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좋은 영양 보충이 된다며 꿈틀거리는 구더기나 각종 곤충들을 먹는다. 또한 북극이나 남극에서 생존을 위하여 짐승사냥을 하는데 그걸 가지고 동물 애호가들이 문제를 삼기도 한다.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다르고 사는 환경이나 조건이 다른 것처럼 각 종족이나 각 지역의 음식도 다를 수 있음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여 러해 전 하이랜드(스코트랜드)를 여행할 때 어느 고색창연한 성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성의 한 모퉁이에 카프테리아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 생전 처음 보는 벰버거(Banburger)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버거(burger)는 햄버거 종류일거라고 짐작이 갔지만 벰(bam)은 또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곳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햄버거와 밤비(Bambi : Disney 영화에 나오는 어린 사슴)의 합성어란다.  고기가 연하고 괜찮았다.  옆에서 맛있게 먹어치운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에게 그게 사슴으로 만들어진 것인줄 아느냐니까 갑자기 입을 가리며 “우-ㄱ”하는 것이었다.

보신탕을 없애지 못한다면 주위의 비난은 소란쯤으로 넘겨버릴 수 있는 자신이 있을 때 먹을 일이다.  한 마디의 반대에도 발칵 뒤집어져서 감정적인 대응만 할게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로지 한국에만 국한된 일이 되어야겠다.

우리는 나와 서로 다름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인처럼 행동해야 하듯 해외에 사는 우리 미주 동포들은 절대로 이곳의 풍습을 문란시키면 안된다.  그래도 보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한국을 방문할 일이다.

 

윤명희
2002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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