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냄새가 물씬 풍겼던 9월이 가고 생화학테러 공포로 불안했던 10월을 보냈다.
다시 찿아온 겨울의 문턱, 가까운 곳으로부터 미쳐 피지도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나야 했던
가슴 시린 이야기들이 또 들려온다.

쓸쓸한 가을 바람에 몰리어 이리저리 뒹굴며 바스락거리는 낙엽만큼 휑해진
아린 아픔을 쓸어 담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깨달으며
미치 앨봉(Mitch Albom)이 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을 읽는다.

미치 앨봄은 사회학을 강의했던 모리교수를 대학 졸업 후 거의 16년 간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테드 코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리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스승인 모리가 치유 불가능한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계기로 다시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된다.

이 책은 매주 화요일 미치가 스승인 모리와의 만남을 통해 그가 보여준 삶의 의미에 관해서
14주 동안 나누었던 내용을 적은 것이다.  스승은 제자인 미치에게 다음과 같은 네가지 질문을 한다.

첫째,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았나?
둘째, 지역사회를 위하여 뭔가 하고 있나?
셋째, 마음은 평화로운가?
넷째, 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

모리는 미치에게 인생을 의미있게 사는 방법을 이야기해주며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함을 강조한다.
사랑을 나누어 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 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믿게 만들려면 자신 역시 그들을 믿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몹시 바람 불어대는 밤, 빠꼼이 열린 창가에 흔들리며 서있는 희미한 촛불처럼 언제
사그러들지 모를 생명을 인정하며, 자신은 죽어가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산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일’ 따윈 없다고.
그는 영원한 작별의 인사를 할 때까지 마지막 강의를 하면서 계속 성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모리는 떠남을 슬퍼하는 미치의 손을 떨리는 듯 따스한 손으로 꼬옥 잡으며 말해준다.
죽는 법을 알면 사는 법도 알게된다고.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예측할 수 없고 제한된 것이기에 삶은 우리에게 더욱 귀중하게 다가온다.

돈과 명예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모리는 비록 자신은 죽어가고 있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염려해주는 사람들에 둘려싸여 있음이
그를 더욱 기쁘게 해준다며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는 죽음이 가까이 올수록 외부세계의 문을 점점 닫으며, 대신
음악을 더 많이 듣고 창 밖의 나뭇잎 색깔이 변하는 것을 지긋이 지켜본다.
그리고 그 옆을 떠나지 않고 지켜봐 주는 훈훈한 마음들에 둘러싸여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죽음은 저만치 가는 것이 아니다.
속삭일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을 수 있다.
죽음을 통해 투명해지는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생각해본다.

받을 줄만 아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것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인생을 더욱 의미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정직하게 베풀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가져야한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기여하고,
자기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헌신해야 한다.

모리선생은 내게도 속삭여준다.
사랑은 주는 것이라고….

 

윤명희
2001/11/13

427 total views, 1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