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참사 이후 세계의 이목은 미국과 아프간에 집중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어처구니 없어 하고 지금도 뉴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TV를 통해 적어도 수십번은 보았을 법한 쌍웅이 빌딩의 붕괴 장면은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처음 며칠 간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인간의 광적인 잔인함과 비인간화에 치를 떨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조용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아무리 흥분하고 분을 삭일 수 없다고 히도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 될 일은 아니다.  너무 괴로우면 일단 TV를 끄고 감정을 고르게 해서 정신적 충격을 줄일 필요가 있다.

밖에 나가 밝은 햇살을 받으며 살랑이는 단풍잎을 보며 살아있음을 감사해도 좋을 것이다.  주위에 돌일계 미국 분이 살고 있다.  그는 27세 된  아들이 교통사고로 졸지에 목숨을 잃는 슬픔을 당했다.

슬픔에 젖은 노부부가 하루는 내게 하는 말이 “이젠 길을 지나가다가도 꽃을 보면 머물러 서서 꽃의 향기를 맡아보리라”는 것이었다.  일생 회사일로 바쁘게 살아왔던 그들의 말이 여전히 내 귓가에 맴돌고 있다.

언젠가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친구로부터 건네받은 시가 생각난다.

할 일이 생각나거든 지금 하십시오.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런지 모릅니다.
어제는 이미 당신 것이 아니며 지금 하십시오.

칭찬의 말이 있으면 지금 하십시오.
내일은 당신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사람의 말이 있다면 지금 하십시오.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당신 곁에 있지를 않습니다.

미소를 짓고 싶으면 지금 지으십시오.
당신의 친구가 떠나기 전에

장미는 피고 가슴이 설렐 때
지금 당신의 미소를 주십시오.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면 지금 부르세요.
당신의 해가 저물면
당신의 노래를 부르기에 너무나 늦습니다.

지나간 자국일랑 돌아봐도 보지도 말라.
한바탕 웃음으로 사연이야 없을소냐.

이마에 서늘한 바람도
웃고 지나가거라.

우리는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썼을까 서로 얼굴을 맞대고 궁금해했다.  제대로 받아 적은 것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우리도 늦기 전에 감사와 사랑을 매일 표현하며 살자고 하였었는데 요즘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의 종말을 논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우리 각자의 삶이 끝나는 날이 각자의 세상 종말이 아닌가.

내일이 우리 것이 될는지 알지 못하면서 오늘 아니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못 한다면 후회만 쌓아갈 뿐이다.

이미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들은 그들이 이 세상에 와서 해야 할 일들을 다 마쳐서 떠났다고 생각하고, 살아 남은 사람들은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며 겸허하게 살아야겠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고 있는지 곰곰이 다시 점검해 보아야겠다.

할 일을 하고 칭찬의 말을 하고 사랑의 말을 하고 미소를 짓고 노래를 부르며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순간 순간이 이어진 오늘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살아야겠다.  생명이 있는 날까지…

 

윤명희
200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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