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경악하게 한 동시 다발적인 이번 대참사의 배후 인물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이 지목되므로 인해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모두 슬픔을 억누른 채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테러에 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감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

식자들이 곧잘 인용하는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번 사건이 서구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의 상이한 갈등에서 온 충돌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본질적으로 상이한 종교의 갈등은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구약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아내 사라를 통해서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하늘의 별과같이 무수히 많은 자손이 번식하고 또한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는 약속을 한다.  기다리다 지쳐서 인내의 한계를 느끼며 초조해진 사라는 몸종 하갈을 통해 아들인 이스마엘을 보게 된다.  그 당시의 풍습에는 하인들은 주인의 재산에 속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자녀들도 주인에게 속한 것이었다.  그 후 사라도 늦게 아들 이삭을 보게 된다.

기독교에서는 약속의 자녀인 이삭이 축복의 자손이라고 하는 반면 이슬람권에서는 아브라함의 첫 아들이 이스마엘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하나님이 축복한 자손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아브라함은 거대한 두 문명의 한 조상인 셈이다.

예루살렘에 있는 그 유명한 예루살렘성전(The Dome of the Rock)은 영어에서 알 수 있듯이 바위 위의 둥근 건축물을 말한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속한 그 성전 안은 유대인만 제외하곤 누구나 신발을 벗고 들어가 볼 수 있다.  뻥 뜷린 가운데 거대한 바위가 자연 그대로 있는데 그 바위가 바로 하나님이 지시하신대로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이라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지구상에 기독교가 약 33%이고 이슬람교는 22% 정도라고 한다.  55개국이 이슬람 문화권에 있다고 하며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이슬람교가 팽창하는 추세여서 기독교의 증가율을 넘고 있다고 한다.

빈 라덴의 테러 행위는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해 달라는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함도 아니고 어떤 물질적 도움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정치적인 목적도 아니다.  그들의 도발은 종교적 이유에서 연유되기 때문에 어떤 표현처럼 미국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전선이 없고 적의 실체가 없는 ‘얼굴 없는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참사 부근에 위치한 뉴욕의과대학 병원에서 일하던 젊은 여의사는 끝없이 밀려오는 환자들로 망연자실하였다고 한다.  너무나 심하게 그을려서 의사로서 치료조차 불가능하여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 가슴을 치며 계속 울었다고 한다.

이번 참사가 일어나자마자 달려가서 헌혈을 하는 긴 행렬들이 늘어섰고 액수에 상관없이 너도나도 성금을 해서 조금이라도 이 난국에 도움이 되고자하는 다수의 선한 마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에 인류의 희망이 있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인류의 생명을 무시하는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  이번 참사로 인간이 얼마만큼 무자비할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보았다.  미친개가 물면 물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모든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응징할 수 있느냐에 정치인들의 고뇌가 있을 것이다.

 

윤명희
200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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