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이 해수면보다 낮아 땅의 물을 퍼올리는 풍차로 유명한 홀란드의 사람들은 공식명칭인 네델란드(낮은 나라)보다 홀란드(나무의 나라)로 불리우기를 좋아한다.
마치 스코트랜드 사람들이 스코트랜드(스코트족의 나라)라고 불리는 것보다 하이랜드(고지-高地)로 불리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홀란드는 국토의 40%가 그들의 손으로 일구어낸 간척지이다. 길 옆에 쌓인 둑을 따라 걷고 있노라면 흐르는 운하가 길보다 높은 것이 너무 낯설어 마치 보고 있는 눈이 잘못됐나 착각이 들 정도다.
이 때문에 이곳에선 옛부터 물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영웅이었다. 지금은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로 물을 빼고 있어 얼마 남지않은 풍차가 관광거리로 되어버렸다.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 등 꽃재배는 매우 종요한 산업으로 꽃과 구근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으며 꽃에 관한 특허만도 수도 없이 많다. 화려한 꽃들의 자태는 천국을 방불케 해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
언어는 영어와 독일어를 섞은 듯 한데 옛부터 세계로 뻗는 해양민족인 탓인지 보통 한 사람이 몇개 언어에 능통한 실력을 지녔다. 수세기에 걸친 무역으로 상업화가 된 나라로 엄연한 상도의가 형성되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비지니스하기 좋은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북쪽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암스테르담(Amsterdam)은 암스텔(Amstel)강의 제방(dam)이란 말에서 유래됐다. 그 말이 뜻하는 것처럼 물이 많아 땅을 조금만 파내려가도 물이다. 운하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기도 한다. 1백여개의 섬을 잇는 다리는 3백50여개나 되어 마치 물위에 떠있는 환상의 도시와도 같다.
그 도시의 한자락에 아름답게 들어선 사무실을 겸한 아담한 이층집이 있다. 뒤뜰에는 예쁜 화단으로 둘러쌓인 작은 잔디밭이 있고 그 끝자락엔 운하가 흐르고 있다. 그 집 외아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 친구 부부는 둘이서만 살고 있다.
이른 새벽 눈을 떠 응접실에 놓인 소파에 기대어 뒤뜰을 바라보노라면 운하를 따라 미끄러지듯 배들이 오가며 손을 흔든다. 어린아이를 작은 광주리에 앉힌 자전거를 타고와서 운하 건너편의 식품점에서 빵과 치즈 등을 사들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가끔 조용히 눈감고 있으면 대학동창인 그녀의 뒤뜰이 정겹게 펼쳐진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필요하다며 이따금 마음보따리를 풀고 이야기하곤 한다.
올해 62세인 네델란드의 콕 총리는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한 치적에도 불구하고 후진인 45세의 아트 멜케르트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유유히 정계를 은퇴한다는 소식이다. 재선출마를 두고 적절한 일인가 고심한 끝에 당을 위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내린 용단이다.
친구는 열을 올리며 홀란드의 멋진 면을 강조한다. 이 나라에선 부정을 하면 배겨낼 수 없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미국보다 나은 나라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 예로 케네디가의 조카가 한 여성을 강간했다는 사건이나, O.J. 심슨의 사건만 보더라도 돈있고 힘이 있는 사람들은 용케 잘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홀란드는 대통령의 차가 잘못 주차되어 있어도 자기가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며 버젓이 티켓을 발부하는 나라라고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생각이 뿌리내려 있어 인정상 봐주기 등은 있를 수 없다는 것이다.
어수선하고 헷갈리는 한국정치엔 언제나 되야 진정으로 정직한 햇볓이 들까 생각해본다. 햇볕이 있는 곳엔 어둠이 머물지 못하고 다 드러내 유리알같이 투명한 곳엔 말재간을 안 부리고 머리를 안 굴려도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
작은 일에 충성스럽지 못하면서 큰 일에 충성스럽기란 어렵다. 먼저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되어서 집착과 욕망을 벗어버리고 모든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진실한 지도자는 권위를 부여받음과 동시에 그에 대한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론과 이념을 초월해 국정을 운영해 주었으면 한다. 독일 속담처럼 끝이 좋아야 다 좋다.
윤명희
200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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