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럽고 스스로 변화하기를 갈망한다면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보라. 내가 머무는 공간을 정리하고, 내가 가진 것들을 정리하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생활의 ‘재고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며, 내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와 가치를 가려내고 나면 삶의 체계가 잡히고, 생활도 안정될 것이다. 산뜻하게 정리된 집 안은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는 생활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말해준다.

공간, 물건, 일, 시간, 사람 등을 산뜻하게 정리하면서 살아가는 것, 이는 특히 인생 전반전의 굳어진 생각과 행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 후반전을 위한 터닝포인트를 찾는 이들에게 필요한 전략과 마음가짐이다. 더 이상의 시간 낭비, 돈 낭비, 감정 낭비 없이 기분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지혜라고 할 수 있다.

낭비 없는 삶

날마다 조금씩 정리하다 보면 삶 전체를 효율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마음 또한 그러하다.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에 귀 기울이며 청소한다면 얼룩 한 점 없는 맑고 상쾌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호사카 다카시는 정신과 의사이다. 그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우선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부터 하라고 권하고 있다.

산뜻하게 정리된 환경 속에서 이 책을 읽음으로써, 책 속에 담긴 저자의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 서류, 책, 음식 접시 등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다면 생각이나 자세 또한 그런 환경에 닮기 쉽다. 따라서, 말끔하게 정리한 책상 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차나 음료수를 담은 컵 하나만 올려두자.

그대는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시간이야말로 인생을 형성하는 재료이다.
– 벤저민 프랭클린 

인도의 요가에는 집착을 버리고 평온한  심적상태를 유지하는 훈련으로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이라는 세 가지 수행법이 있다고 한다. 화제가 되었던 정리의 기술인 ‘단사리斷捨離’는 이에 근거한 것으로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정리함으로써 자연스레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는 정리의 철학이자 생활 철학을 뜻한다.

혹 주변에 망가진 채로 그대로 방치된 물건이 있지는 않은가. 이는 정리를 해야 한다는 동기 자체가 사라진 것으로 삶에 의욕이 떨어졌다는 증거이다. 마루나 가구 위엔 먼지가 뽀얗고, 방 안에는 벗어둔 옷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으며, 이부자리는 밤낮으로 깔려 있고, 부엌엔 설거지거리가 쌓여 있다면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독사 현장에 가보면 집 안에 고장난 채로 방치되어 있는 전자제품이 너무나도 많다.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해서 소중하게 쓰는 사람이었다면 인간관계를 포함해 생활 스타일도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그랬다면 고독사에도 이르지 않았을 텐데…

– 요시다 타이치, <유품 정리인은 보았다> 중에서

만일 노후가 불안하다면 집이나 공간의 ‘다운사이징’을 권하고 싶다. 집을 통째로 다이어트하게 되면 생활 방식도 가벼워지고, 거기에 드는 시간과 돈과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인생 전반전이 더 큰 집, 더 큰 차,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성공의 오르막길을 오르는 기간이었다면 인생 후반전은 소유가 아닌 ‘의미’를 찾아 내려가는 여행이다.

무엇을 더 채울지가 아닌 무엇을 더 줄일지를 고민하다 보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남게 된다. 삶을 단순하게 재정비했다면 그에 맞춰 집도 달라져야 한다. 집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과도 같아서 사는 사람의 생활 양식에 잘 맞게끔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그 공간에 머무를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보통 가정엔 옷장, 서랍장, 소파 등 공간을 넓게 차지하는 가구류가 제법 많다. 이런 덩치 큰 가구들이 과연 필요할까. 물론 집의 크기에 따라 달리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운사이징으로 이사를 경험한 사람들은 가구나 전자제품 등이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면 삶의 여백도 생겨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버려야 할 땐, 이렇게 돈도 든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불필요한 가구들 유료로 가져갑니다’ 라는 광고 전단지를 보고 연락했더니 금세 한 업자가 왔어요. 그런데 업자는 장롱을 보더니 ‘가격을 매길 수 없다’며, 인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요금이 발생한다고 하더군요. 장롱 세 짝 다해서 합계 5만 엔을 달라는데…

이젠 옷장 정리를 해보자. 나이가 들수록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이 달라지듯 옷차림이나 스타일 또한 바뀌게 된다. 만약 외출시 입을 만한 옷이 없다고 느낀다면 이는 현재 보유 중인 옷과 자신의 생활 스타일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옷장 안에 옷이 넘쳐나도 막상 입을 옷이 없다면 자신의 옷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이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자주 즐겨 입는 옷이 뭔지 분명하게 파악할 것이다. 옷이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또 하나의 ‘자아’이다. 우리의 옷차림은 우리를 말해주는, 몸에 걸친 ‘언어’와도 같다.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옷일지라도 여기엔 온갖 추억이 담겨 있기에 버리기엔 아깝다. 그렇다고 돈을 받고 팔기도 어려워 장농 깊숙히 넣어둔다.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옷들은 주변의 친지들에게 나눠주는 게 좋은 방법이다. 나눠줄 때엔 자신을 대신해서 입어주는 고마움에 대해 깨끗한 세탁 상태로 전달하는 게 예의이자 배려이다.

 

건강을 지키는 습관 중 하나는 ‘소식小食’이다. 사람들은 흔히 먹는 즐거움을 중요시하지만 배고픔을 잘 즐기는 것이야말로 우리 몸이 편해지는 진정한 힐링이다. 위장에게도 때론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1일 1식>, <간헐적 단식법>에서의 주된 관점이 바로 공복이 장수 유전자인 시트루인의 활성화를 돕는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이 하루 세 끼의 식사를 하는 식습관을 가지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문화인류학자 이시게 나오미치 선생에 의하면 유럽에서도 17~18세기까지는 하루 두 끼가 정석이었다고 한다. 1일 3식은 전구의 발명으로 밤생활이 길어진 탓인데, 일본도 에도시대부터 1일 3식이 보급되었다. 하루에 세 끼를 꼭 먹어야 하는 게 아니다. 맛있고 건강하게 즐기는 자신만의 방식이 바로 가장 행복한 식습관이다.

마음이 오가는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면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현재 보유중인 명함, 이메일, 연락처 등을 한번 정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를 통해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되돌아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소통의 첫 시작이다.

영국 속담에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좋다’란 말이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숙성시키면 근사한 맛이 나는 포도주처럼, 좋은 친구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인간관계가 그냥 장시간이 지나면 좋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정기적으로 자양분을 제공하면서 가꿔주어야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는 법이다. 즉 신뢰와 마음의 교류가 쌓여야 비로소 좋은 인간관계가 완성된다.

진정한 성공이란 내가 소유한 ‘부富’가 아닌 내가 경험한 ‘충만함’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건 껍데기보다는 알맹이라는 의미이다. 저자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남의 시선이나 사회적 관습 때문에 인생의 허례허식에 너무 치우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세상에는 믿을 만한 친구가 셋 있다. 늙은 아내, 늙은 개, 그리고 저금”
– 벤저민 프랭클린

벤저민 플랭클린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인생의 시간을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원하는 대로 쓰기 위해 돈을 모았다. 즉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돈을 지배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돈을 버느라 정작 자신을 위해 보낸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가장 후회한다고 한다. 자신에게 인색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돈을 모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 제대로 쓰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낭비가 아닌, 일종의 ‘자아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소홀히 대접하지 않는 법이다. 남은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자.

아무튼 인간은 살아가는 데 있어 누군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상과 아무 연緣 없이 산다는 것은 살아 있는 채로 고독사하는 것과 같다. 고독사라는 건 경제적인 문제나 노년층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혼자 사는 모든 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경고장과도 같다.

존재가 사라지고 잊혀진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없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의 회복과 인연 맺기가 중요한 까닭은 이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곁에 한 사람만 있으면 치유가 된다.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행복한 인생이라고 하지 않는가.

후회를 지혜롭게 이용하라. 깊이 후회한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사람은 누구나 매년 나이를 먹는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물을 보는 방식도, 느끼는 방식도 점점 변화한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은 오직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러니 그 순간의 감동, 그 순간의 경탄을 최고의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음미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야만 인생에 후회가 없다. 지금 마시는 차 한 잔, 배우자와 보내는 고요한 한때, 즐거운 사람들과의 만남 등 뭐든지 일기일회一期一會인 것이다. ‘지금’, ‘여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생에는 여유와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나이가 들더라도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이 이파리를 떨구며 하나하나 옷을 벗듯이, 인생의 가을에도 삶을 거추장스럽게 만드는 것들을 하나하나 내려놓고 소박하고 낭비 없이 살아야 한다. 현명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이러한 삶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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