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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목욕 하신 후 갑자기 일어설 수 없어 몇 시간이고 꼼짝할 수 없으셨던 일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락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후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집에 들르지 못해 조금은 걱정 되던 참에 이런 소식을 접하니 산에서 사진 찍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주위 사람들도 노인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되실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터다.  아주 정정하던 분이라도 갑자기 약해지면 얼마 살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한 번 넘어져 뼈라도 상해 눕게 된다면 회복이 힘들어 그것으로 끝이라고 한다.  일단 기가 죽으면 더 이상 생존이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

주위에도 성공한 자식들이 있어도 홀로 독립해 사시면서 경로센터에서 붓글씨도 가르치고 많은 봉사를 하셨던 학문이 깊으셨던 분이 92세가 되자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와 혼자 거동하기 불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요양원에 들어 가셨는데 입주하신 지 2년 만에 돌아가시는 걸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건강하시던 엄마가 요즘 눈에 띄게 약해지신 걸 보게 되어 혹시 몇 년 못 넘기시는 게 아닌가 하여 여간 마음이 아픈 게 아닌데 그런 메시지를 받으니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갑자기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엄한 생각이 엄습해 와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하나님 아버지,  아시쟎아요.  이북에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을 남겨두고 언니와 남동생 둘 만 남한에 내려와 살게 되면서도 서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외롭게 사신 것 잘 아시쟎아요.  그런데 그나마 그 둘을 일찍 주님 나라로 데려가시지 않았어요.  그러니 그 두 분들이 살지 못 한 햇수만큼 엄마에게 더 보태주세요.  제발 엄마를 오래 사시게 하시고요 건강도 허락해주세요.  제발 주님 나라 가실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 사시다 데려가세요.  엄마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려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허겁지겁 마치고 쏜살같이 두 시간 운전 해서 집으로 돌아와 급히 문을 열고 엄마를 불렀다.  TV를 보시던 엄마는 왠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시다 “어, 너 왔구나.”하시며 반가워하셨다.  

그래서 다짜고짜로 목욕하다 몇 시간이고 못 일어나셨냐고 물었더니 “글쎄,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가는데 목욕한 후 도저히 일어날 힘이 없어 30분 간이나 꼼짝 못하고 앉아있었지 뭐냐.  다른 사람이 그런 이야기해서 무슨 소린가 했더니 정말 힘이 쭉 빠져버려 움직일 수가 없지 뭐냐.”  이러시는 것이었다.

다음부턴 절대로 혼자 목욕도 마시고 혼자 나가시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집에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땐 그저 조용히 성경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으시라고 했다.  예전엔 음식 만드는 것도 재미있어 하시고 잘 잡수셨는데 요즘엔 만드는 것도 싫어하시고 잘 잡수지도 못해 마음 아프다. 

오늘은 엄마를 식당에 모시고 가겠다고 하니까 싫다고 하신다.  집에 먹을 게 너무 많은데 왜 외식하냐고 거절하신다.  그래서 한국식품점에 엄마 잡수시고 싶은 것 사러 나가자니까 그러자며 따라 나오셨다.  물건 구경도 하시고 직접 사고 싶으신 것 고르시고 또 쇼핑카트를 의지하고 걷는 운동도 하시라고 일부러 식품점에서 오래 시간을 끌었다.  조금만 걸으셔도 힘들어 하시는 엄마가 애처로워 등을 감싸며 힘들어도 운동하셔야 된다고 위로해드렸다. 

살아계실 때 더 잘 해드려야지.  하나라도 더 잘 해드려야지.  지금은 이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하루의 일은 하루의 일로 족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윤명희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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