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른 중국동포 어제 장례… 쉼터측, 병원비 등 모두 부담
“원수까지 사랑… 못 잊을 것” 중국 동포 유족들 감사 편지
자 신들의 생활 터전에 불을 지른 가해자이지만 이날 지구촌사랑나눔 사람들은 김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지난 6월 한국에 들어와 적응에 실패한 뒤 술에 취해 홧김에 불까지 지른 김씨지만, 김씨 역시 지구촌사랑나눔에서 돌보는 외국인 노동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52) 목사는 “죄는 나쁘지만 김씨가 정말 다른 사람들을 해하려고 불을 지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더는 김씨처럼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고인의 관에 손을 얹고 “꿈에도 그리던 고국을 찾아왔지만 비참한 죽음을 맞은 김씨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추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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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고려대구로병원에 마련된 방화범 김모씨 장례식장에서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가 예배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유소연 기자
김씨의 치료비와 장례비로 필요했던 약 1000만원도 지구촌사랑나눔에서 지원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은 그동안 3000명 가까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장례를 무료로 치러줬다. 김 목사는 화재 다음 날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김씨를 찾았다가 치료비 걱정으로 애를 태우는 유족을 보고 지원을 결심했다. 김 목사는 “처음엔 크게 다친 사람이 불을 지른 당사자 한 명뿐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목사는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들은 보통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하는데, 유족이 차마 화재 피해자인 우리한테 도와달라는 이야기도 못 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고 내 생각을 반성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날 김 목사에게 직접 쓴 편지<오른쪽 사진>를 전달했다. 고인의 형 김모(59)씨는 “동생의 큰 죄를 감싸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편지에 ‘모든 것을 용서해주신다고 했을 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장례를 치러주시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큰 손해를 끼쳤는데 도리어 은혜를 베풀어주시다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피해를 한 줌도 갚지 못했는데 도리어 우리를 도와주시는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한편 2억원 넘는 재산 손해를 입은 지구촌사랑나눔을 향한 후원은 계속되고 있다. 소액 후원이 끊이지 않았고, 현대오일뱅크 ‘1% 나눔재단'(이사장 김창기)에서는 200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도 했다. 23일까지 1억원이 넘는 돈이 모여 다음 주부터는 화재 복구 작업이 본격 시작된다. 김 목사는 “큰 화재로 많은 사람이 상심했지만 많은 분의 도움 덕에 다시 시작해보자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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