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벌써 시월의 아쉬운 마지막 날일세.
세월은 왜 이다지도 인정사정없이 빨리만 지나가는가.
한 조각 구름처럼 구만리 장천에 잠시 떠돌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가.

이제 여독은 다 풀렸는가?
컨디션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장거리 여행은 어려운데, 내외분 두 사람의 건강
은 보증수표를 확보한 셈일세, 즐거웠을 일본여행 축하드리네.
시간 나거든 여행담 자상히 들려주게나. 그래야 나도 참고를 할 수 있게.

어제밤엔 좀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그만큼 일찍 새벽에 잠이 깨었네.
난 원래 잠을 한꺼번에 많이 자는 편은 아닌데, 나이 들고부터는 그런
수면패턴이 거의 고정이 된 것 같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일찍 자면
틀림없이 일찍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 말일세.

젊을 때와 나이 들어서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몸의 피로회복 속도가  예전
같지가 않다는 점이 아니던가. 요즘은 등산을 하고 나서도 그런 일을 자주 경험
하게 되는데, 엊그제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가벼운 운동, 탁구(ping pong)를 좀 쳤더니만
특히 그러했네. 정작 그날 밤은 괜찮았는데 하루가 완전히 지나고 난 지금에야 다리가
약간 뻐근해지기 시작하고 땡기기까지 하니 왜 이리도 반응이 더딘지 그야말로 내 몸도
형광등이 되어버렸는가.

마침 집 근처 아파트 지하 공간에 괜찮은 탁구장이 하나 생겼다기에 엊그제 저녁엔
식사를 마치고 온 식구가 거기를 가서 땀을 좀 흘리고 왔네. 낮엔 우리 내외가 손자 데리고
구경삼아 먼저 가보았는데 마침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는 한가한 시간이었네.
그래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좋을 편안한 조건이라 미친년 널뛰듯한 묘기를
발휘해보았네. 그런데 문제는 헛손질이 왜그리도 많은지. 공을 치겠다고 단단히 각오을 하고
눈을 크기 뜨고 아무리 팔을 휘들러대도 도대체 라켓에 공이 맞지를 않으니 그런 낭패가 어디
있었겠는가 한번 상상해보시게. 틀림없이 허수아비가  연출한 희극의 멋진 한 장면이었을 걸세.

그러기를 한참 되풀이하고 나서는 겨우 좀 나아진 듯 했네. 세월이 약이라더니
시간이 가면 다 나아지는 것인가. 그런데 인생은 그 반대가 아닌가. 점점 더 쪼르라들고
못해지기만 하니…….그래도 어느 한 구석은 발전하고 향상되는 면도 없진 않은 것도 같으니
위안으로 삼고 살아야지. 영혼이 영글어지는 노년을 기대하는 삶이 이제는 목표가 되어야 할 것 같네.

탁구라면야 누구라도 가까이 할 수 있는 비교적 쉽고 편리한 운동아닌가. 나도 옛날 시골
어느 중학교에 근무할 당시 한가한 시간이 많아 라켓을 쥐어본 적은 있었다만
탁구라는 구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일은 물론 없었네.

이번 대구 내려간 김에 우민을 만났으면 했는데 사정이 그렇지를 못했네.
영천 모임 마치고 대구로 즉시 올라와서 형님댁으로 가 어머님을 뵙고 금요일은 교대 퇴직교수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목요일 밤에 급거 상경을 해야만 했네.

대구 성서 형님댁에서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출발을 했는데 9시 50분경에 안양 집현관문을
열 수가 있을 정도의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음에 거듭 감탄했었네.

시월만 어디 좋은 달이 겠는가. 11월은 정녕 더 좋은 한 달이 될 것인즉 기대하고
노력하며 사세나. 메일 쓰다 또 두서없이 맺어야 할 돌발사태(?)가 또 생겼네.
훼방꾼이 나타나 날 잡아끌고 야단일세.

여기 오면 잠시도 마음 놓고 푸근한 시간 내기가 어렵네. 이런 삶이 괜찮은 것인가 회의가
들기도 하고  때로는 아니다도 싶어 헷갈기도 한다만 수용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책일세.
오늘 하루도 즐겁게 잘 보내시고 내일부터는 알찬 11월을 맞도록 노력함세.

시월을 보내는 아쉬운 감회를 어떻게 말할까 생각하면서 내 딴은 제법 진지한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은 했는데, 그만 또 용두사미(龍頭蛇尾 : a bright beginning and a dull ending )로
끝나고 말았네. 양해하시게.
내가 하는 일이 늘 이 장단 아니던가.

2010. 10. 31.

仁川 松島에서/草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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