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溪
따분한 雜想 <아침 산행> 끝까지 알뜰살뜰 다 읽으셨군그래.
내가 무계에게 너무 과한 숙제를 냈던 게로군. 산책이 아니고 <산행>이었네.
제목부터 이렇게 왔다갔다 한 건 엄벙덤벙 서두르느라 그랬네. 그게 그게지만.
9일자것 말고도 오늘 14일자로 고친것도 또 보냈네. 그밖에 참고 메일 등과 함께.
맨 나중것을 읽어보시지 그래. 대동소이야 하다만 그래도 첨삭을 한다고는 했네. 토마토 그림도 지우고 영어 인용문도 뺐네. 첨보다야 삭을 훨씬 많이 했지.
그래서 처음것이 그렇게 지리멸렬 길어졌네.
아무래도 삭이 쉬우니까.
그날 아침 산행이 하도 신이 나고 만족했던 지라
아침 먹고 책상에 앉자마자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산행에서의 느낌 그대로를 다짜고짜 단숨에 써내려간 결과가
읽어보신 졸문<아침 산행>이었네.
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게 아닌가.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위신 찾고 체면 생각다 보면 그렇게 해서 보내지는 못하지.
산에 가야 범을 잡는다니 범이 아니면 토끼라도 한 마리
잡으면 그것도 소득 아니겠는가. 이심전심 짐작하시리라 믿네만
아무 야심도 바람도 없이 그저 소일삼아 해본것일 것뿐일세.
내가 원래 그런 사람아닌가.
그렇다보니 지금껏 이뤄 논 게 아무것도 없을 수밖에….
이승 하직하고 하늘 나라 올라갈 때는 하나님이
“넌 지금까지 무엇을 이룩했는고?”라고 반드시 묻는다는데
그것이 걱정이로세.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 진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남이 장에 가는데 거름 지고 장에 가고 격일세.
세상 살다 보면 나처럼 이렇게 분수도 모르는 더덤한(?) 사람도
어쩌다는 더러 있지 않던가. 나도 그 중 한 사람일세.
가차없는 채찍과 편달을 기대했는데 칭찬이 따른 건 왠 일이고.
애정어린 진심의 충고와 조언 고맙게 받아들이겠네.
일일이 구체적으로 재론은 않겠네만 ……….
그런데 點滴穿石(점적천석)과 摩斧作針(마부작침)의 정신이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하더라.
의 교훈도 생각은 하게 된다만.
기탄없는 논평과 지적, 거듭 고맙네.
더위 슬기롭게 이기고 건강하세.
28일 11시 서문통 북영천역 근처 삼다도흑돼지식당이라.
그날은 무슨 특별한 일이 계획된 건 아닐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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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谷齋/草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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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iginal Message ] ———-
Subject: ‘ 아침산책’을 읽고…
Date: Wed, 14 Jul 2010 18:08:40 +0900 (KST)
From: “무계 김영진” <jookseok3@hanmail.net>
To: “namdo1939@paran.com” <namdo1939@paran.com>
草雲 !
오후에 컴퓨터 앞에 앉을 일이 있었고 그래서 친구가 보낸(7월9일 자) ‘아침산행’을 정독 했네.
보낸 글의 제목은 ‘아침산행’이지 만, 본문에서는 ‘아침산책.으로 되어 있었네, 산책이나 산행은 그게 그거겠지만 엄밀하게 보자면 (같은 개념이지만)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볼 수도 있다네. (산책은 가까운 거리에서 그리 길지 않은 소요의 시간을 뜻하고 산행은 그 반대로 해석하기가 쉽지.)
초운이 ‘아침산책’에 대해서 기탄없는 평을 물으시니 마냥 입을 다물고만 있을 수도 없고… 해서 評이 아니고 들은 상식과 좁고 얕을 박자(薄)의 박식(薄識)의 내 편견으로 몇 줄 적겠네, 오해 없기를 바랄 뿐이네. 칭찬은 좀 미루고 읽은 소감을 내 중심적으로 만 적었으니 다 받아드리지 말고 그저 친구의 농 짙은 귀뜸으로 넘어가세나. 나도 오해나 더러 착각을 하기도 하니까 말일세.
얼른 내가 읽어 봐도 기성작가 못지 않은 좋은 표현의 구절과 놀라운 착상이 있었네, 예를 들면
등산객들이 ‘내려왔다 올라가는 길은 잘 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고 하는 대목에서의 관찰력 같은 것은 훌륭하다고 여겨지네. 또 ’수령이 600년이라는 귀공자 보리수가 말없이 초행길 나그네를 반긴다‘ 는 표현도 좋았네.
’7월의 녹음 속에 새날을 맞는 아침의 산사가 참으로 고즈넉하다‘ ’어둠을 밝히고 썩음을 방지하는 것이 종교의 사명이다‘는 등은 맘에 드는 구절들일세. 다만 나 같으면 ’반긴다‘와 ’고즈녁‘의 단어 대신에 뜻이 유사한 단어를 찾아보기도 하겠네만 괘념치 마시게 좋은 말일세. 이 두 단어는 예술계에서는 자주 쓰는 듯 하나 표준어는 아닐세-졸인의 과문 탓인가.
* 삼성산 정상에서 서울 시내와 기타 지역들을 내려다 본 느낌과 표현의 기술(記述)은 누가 읽어도 흥미롭고 작가의 인생관도 믿음직 했지.
* 같은 구절에서나 가까운 문장에서 같은 말이나 표현이 유사한 단어는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거든, 예를 들면 아침 산책의 첫 단에 보면
‘어디가 좋은지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몸에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에서
‘좋은지’와 ’좋은 것’의 발음이 유사한 단어를 가까운 거리에서 피하려면
‘어디가 좋은지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몸에 유익한 것만은 사실이다’로 한다던지
‘어디가 좋은지 잘 모르겠으나 몸에 의로운 것만은 틀림없다(분명하다)’로 해 봄도 괜찮을 걸세.
*‘호젓히 혼자 걷는 재미…’는 ‘호젓하게’라는 표현이 표준어이며 더 감흥적일 수 있네.
6단쯤에 보면 굽이가 심한 길(道)의 표현에서 ‘지그제그로’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 보다는 심하게 굽은 길의 표현은 ‘꼬불꼬불’이나 ‘울퉁불퉁’ 같은 표현이면 서정적이고 문장이 더 부드러워 질것 같네. 물론 수필에서도 영문표기나 외국어의 단어 삽입이 우리말 단어 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 일세, 예를 들면 ‘손수레’라는 우리말 보다는 ‘리어카’라는 말이 더 친근감이 오고 정겨울 때도 있거든.
* 제목에 너무 먼 표현을 길게 쓰는 것은 금물 일세. 글이 단순해야 좋다네. 서폭이 너무 넓으면 독후가 산만하단다.
문장 속에서 6.25사변 이야기나 태극기 이야기며 배가 고프다거나 식사이야기 등은 없어도 괜찮을 것 같네.
* ‘아침산책’을 문서정보로 정리를 해 보았네. 글자:9043, 한자:30, 낱말:2201, 원고지:53.5장…
이 ‘아침산책’은 소재도 신선했고 또 단어의 배열도 참 괜찮아서 좋은 글 일세,
될 수 있는데까지 길이를 많이 줄여보시게,
나도 늘 띄어쓰기나 단어들의 표현이 잘못 되는 경우가 참 많다네, 늘 조심을 해도 틀릴 때가 많거든, 글은 쓰면 이런 것들은 저절로 고쳐지기 마련이라니 우리 같이 공부하면서 저절로 고쳐진다는 그 말 믿어보세.
* 남편 출근 시키고 색시 (색씨는 틀린글자)들이 올라온다.
* 과정인가보다 라는 (‘과정인가보다라는’ 띄어 표기해야 하고)
* 밥맛 (밥 맛은 띄어 쓰지 않아야 되고)
* 곧이듣지를 (곧이 듣지를도 붙여 써야 하고)
* 맛있는 (맛 있는 붙여야 하는 단어)
*우리나라 (우리 나라도 붙여 표기 해야 하고)
*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하겠다’에서 ‘갖추었다,고’ 하겠다로 함이 훨씬 내용을 강조하는 것일세.
* ‘비봉산 중턱의 맨 끝에 위치한 아파트를 그래서 점을 찍었다’ 는 점만 찍을 게 아니고 ‘구입’이나 거기에 살게 되었다는 표현까지이면 더 좋겟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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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雲은 늘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것을 익히고 또 많은 탐험을 하면서 나날을 새롭고 활기차게 사는 생활상을 느낄 수가 있네. 얼마나 말년을 멋지게 사는 사람인가 말일세, 자네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걸세.
아주 좋은 글을 쓸 재질을 갖춘 초운의 글을 기대하겠네. 재질만 갖추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닐세, 물론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겸비가 되어야 하는데 자네는 그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가? 손과 머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으니 건강한 게 여건이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그게 여건 아닌가? 또 충분한 시간도 있고, 게다가 일평생 갈고 닦은 학문이라는 비축된 재원과, 교수라는 전력의 엄청난 배경이 있으니 뭐 더 망설일 필요가 있겠는가. 晩時之歎일 뿐 일세.
온 가족이 다 평안하시겠지, 우리도 잘 지내고 있다네.
오는 7월 28일 오전 11시 영천시 서문통에서 신녕 방면 북영천역에서 약500M
전방 좌측에 있는 ‘삼다도흑돼지식당’-332-2688에서 동기회 월례회를 갖기로 했네. 자네의 임곡 주소를 메일로 보내주시게.
곧 만나서 우리 또 이야기 나누기로 하세. 오늘은 이만 줄이겠네.
草雲의 건안을 빌겠네. /무계 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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