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스마트폰과 無所有

긴장과 이완의 균형이 깨지면 건강이 무너진다.
과도한 긴장이 축적되면 병이 든다.  문제는 이완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긴장은 높아만 지는데, 이완의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80년대에 ‘역동명상'(dynamic meditation)을 유행시키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도의 라즈니시는 500여권이라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이 500여권의 저술들은 그의 제자들이 스승인 라즈니시의 평소 강론을 받아
적어 놓은 것이다.
이 500권의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무엇인가?
바로 이완(relax)이다.
라즈니시가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던 비장의 카드는 릴랙스였던 것이다.
그만큼 서구문명이 긴장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이번에 법정(法頂) 스님의 저술인 ‘무소유’가 경매에까지 부쳐질 정도로
한국 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도 ‘이완’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한국사회가 소유에 지쳐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말 필요 없이 한국의 자살률 1위가 이를 말해준다.
어쩌면 우리는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이 험한 세상에서 자살
하지않고 생존하기 위해서 무소유라는 ‘이완처방’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소유가 긴장을 유발한다면 무소유는 이완을 준다.
소유가 돼지고기라면 무소유는 새우젓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법정의 ‘무소유’가 좋다고 해서 매일 새우젓만 먹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생활에서 소유를 안 할 수도 없고 뿌리칠 수도 없는 것이다.

나의 일상에서 소유를 자극하는 돼지고기는 스마트폰이다.
이 스마트폰은 인간의 6가지 감각기관을 모두 자극하는 물건이다.
먼저 색을 통해서 눈을 자극한다.
형형색색의 아이콘들이 화면에 열을 지어 서 있다.
마치 ‘나를 자극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 같다.

감각기관 가운데 가장 강렬한 자극은 사람의 눈을 통해서 온다.
눈으로 보면 갖고 싶다.
그 다음에는 소리를 통해서 귀를 자극한다.
귀를 통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듣다 보면 한가한 마음을
지니기가 어려워진다.

받기 싫은 전화를 받으면 긴장하고, 독촉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바빠진다.
매일 몸에 휴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무한정의 소유 욕구를
자극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스마트폰은 피할 수 없는 소유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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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4. 12.
林谷齎 /草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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