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하늘과 호수가 온통 잿빛으로 내려앉았을 때
마음의 물레길에 노젖는 작은 배를 띄웠습니다.

그리고
나는 숲속을 걷고 걸으며
내 영혼의 둘레길을 더듬거렸습니다.

갑자기
숲속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퍼드득거리며 꿩이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그 소리에 무겁던 정적은 깨어지고
눈을 들어 새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는데
마음대로 뻗어오른 낙엽진 덩굴 사이로
숨겨졌던 새집이 눈동자 되어
나를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빈 둥지일 뿐, 한 때
그곳엔 생명이 살아 바삐 움직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의 육신도 호흡이 있을 때까지
희로애락의 집 짓고 살다
인생에 겨울이 오면
마침내 저 삶의 둥지를 떠나 두고 온
고향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윤명희
201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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