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희
2011-07-13


밤새 꽃들이 궁금해서
일찍 뜨락에 나갔습니다.

흰색, 분홍, 보라, 빨강
각종 색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들꽃들이
아침햇살을 무색케 합니다.

카메라로 보는 세상은
더 크게 볼 수 있어
막 피어오르는 들꽃들을
열심히 담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보지 못한 벌이
눈 앞에 나타나 그만
나는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초록벌
어디서 날아왔을까
머리와 등이 온통 초록으로 반짝이고
희고 검은 줄무늬 꼬리를 가지고서

순간
나의 호흡은 멈췄습니다.
무엇에 얻어 맞은 듯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예전에 노르웨이 가이렝거에서
언덕길 한참 오르다 숨이 차서
허리를 펴고 아래를 내려다 보는 순간
그 때도 호흡은 멈추고 온몸은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급히 카메라를 잡고
숨막힐 듯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에 담으려고 계속 눌러댔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니 모두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너무 가슴이 벅차올라
심장이 멎을 듯하고
온 몸에 흐르는 전율로
손이 떨렸기 때문이지요.

오랜 만에 자그마한 앞뜰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초록별은 들어본 적은 있어도
초록벌은 상상속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습니다.

눈앞에서 윙윙대는 초록벌
내 눈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수레국화와 사랑에 빠진
꿈속의 작은 초록벌

숨이 막히고
손이 떨리고
사진도 떨렸지만
가슴에 영원히 심겨진
내 사랑 초록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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