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훈련 받은 말·개 이용 자폐증·뇌성마비 등 치료
동물매개 치료 점차 확산

뇌 병변 2급 장애를 앓고 있는 치연(7)이는 다리가 불편해 혼자서는 2~3m도 걷지 못하고 주저앉곤 했다. 남의 도움 없이는 계단도 오르지 못해 쩔쩔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옆에서 손을 잡아주면 500m는 걷는다. 횡단보도도 건너고, 학교에서 5분 이상 줄을 서 기다리는 것도 할 수 있다.

치연이의 다리가 튼튼해진 것은 재활승마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치연이는 지난 1년간 16살 된 포니종 갈색 말(馬) ‘수신제가’의 도움으로 재활승마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경기도 과천 경마장을 찾아 30분간 ‘수신제가’를 타고 넓은 모래밭을 돌았다. 말을 타다 손도 들고, 몸을 뻗어 장난감에 고리를 끼우는 연습도 했다. 말이 갑자기 뛰거나 치연이가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3명의 교관이 말의 고삐를 잡고 치연이의 재활을 도왔다. 한국마사회 재활승마 신정순(33) 교관은 “말 위에 타면 걷는 효과가 있고, 말의 움직임이 뇌에 전달돼 반복 훈련이 된다”며 “다리가 불편한 장애아들이 승마를 통해 재활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말, 개(犬) 등 동물을 이용해 자폐증과 뇌성마비, 치매 등을 치료하는 ‘동물매개 치료(AAT·Animal-Assisted Therapy)’가 뜨고 있다. 동물매개 치료는 동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체·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아나 노인들의 부족한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대중화됐으며 국내에서도 기업과 병원을 중심으로 관련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치연이가 경기도 군포의 재활승마장에서 말(馬)에 올라탄 뒤 즐거워 하고 있다. 치연이에게 승마는 가장 즐거운 놀이이자 효과적인 치료법이다./박치연양 가족 제공

대표적인 동물매개 치료가 재활승마다. 국내에서는 삼성승마단과 한국마사회에 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장애아들이 대상이며 모두 무료다. 매년 80~100명의 자폐아·뇌성마비 등 장애아들이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에 따르면 2001~2008년 375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재활승마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89.4%(335명)가 운동기능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료원 김연희 재활의학과장은 “물리치료와 재활승마를 병행한 아동들의 경우 걷기·뛰기·눕기 등의 동작이 원활해지는 등 치료 효과가 높았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의 신정순 교관은 “말 위에서 스스로 균형을 잡기 위해 감각을 발휘하다 보면 땀이 날 정도로 운동량이 많다”며 “지구력과 다리 힘이 키워지고 스스로 앉지도 못하던 아이들이 치료 후 혼자서 걷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훈련된 치료도우미견과 놀이를 통해 자폐아나 치매노인을 치료하는 동물 치료도 도입됐다. 삼성이 1995년 치료도우미견 사업을 시작한 이래 약 1000명의 장애아·치매노인에 대한 치료활동이 진행됐다. 동물병원 임상 수의사들로 구성된 반려동물 문화봉사단도 지난 2년간 경기도 부평 글로리병원, 서울 서초구 노인복지회관, 용인 보바스 병원, 서울 은정초교 등에서 총 70차례 치료 활동을 벌였다. 한국동물병원협회 김광식 부회장은 “오른손이 불편한 장애아의 오른손에 치료견의 먹이를 쥐여주고 치료견이 먹이를 찾는 놀이를 해본 결과, 장애아가 손을 더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경증 치매노인의 경우에도 치료견을 더 만지기 위해 몸을 사용하는 등 치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동물매개 치료는 주로 사회봉사 형태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달 들어 국회에서 ‘동물매개 치료 도입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는 등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치료에 활용하는 말이나 치료견은 모두 훈련을 받은 특수 동물이다. 전문가들은 동물과의 놀이가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일반 애완동물 등을 접하게 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박종관 사무국장은 “자폐증을 가진 자녀에게 훈련이 안 된 애완견을 무작정 사줄 경우 정서불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시영 기자 joeys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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