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자기를 뛰어넘어 세계를 인정하지 못한다. 즉, 모든 사람은 자기 기준에서 남을 평가하며, 자기의 지능 정도에 따라 남을 이해할 뿐이다. 이 지능이 아주 저급하면 아무리 정신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한다. 이와 같은 천성의 소유자는 뛰어난 사람의 개성중에서 제일 저급한 것, 다시 말해 모든 약점과 기질 및 성격적인 결함밖에는 인정하지 않으며 그 이상의 것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천부를 지닌 사람도 그에게는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에게 한결 높은 정신 능력은 마치 소경이 색채를 대할 때 색채의 가치와 마찬가지다.
요컨대 모든 사상은 사상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없는거나 마찬가지며, 모든 평가는 평가자의 인식 범위에 의한 상대방의 가치에서 비롯된다. 누구나 어떤 사람과 이야기할 때 그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그때 그가 상대방보다 나은 면은 모두 숨겨질 뿐더러, 필요한 자기 부정도 상대방은 분명히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나 상대방이 얼마나 저열한 생각을 하고 있으며 빈약한 천성을 갖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철저하게 비속한가를 생각한다면, 자기를 격하시키지 않고 그들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자기를 비속하게 한다’는 표현이 지닌 본래의 의미를 깊이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 천성이 숨기고 있는 치부를 매개로 해서만 연결될 수 있는 모든 사교를 피할 것이다. 또한 어리석은 자나 바보에 대하여 자기 오성(悟性)을 분명히 보여 주려면 오직 하나의 길밖에 없다는 것을 짐작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과의 사교를 위해 때때로 무도회에 나왔다가 절름발이를 만나게 된 무용가와 같은 심정이 될 것이다.
그는 대체 누구와 춤을 추어야 할까?”
– 쇼펜하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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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매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을 어떻해서든지 끌어내리려고 한다. 내가 혹 운이 좋아 고매한 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된다면, 상대방의 약점과 기질 및 성격적인 결함만 보고 그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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