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눈을 감고, 고요함을 깊이 부른다.  밖(外)을 닫으며, 안(內)으로 입정하여,  (살아)있음, 바로 그 에너지의 흐름을 관찰하며 느껴본다.

밖의 풍경에서, 비(雨) 와 바람(風)에 몹시 시달린 자신을 보담으며, 자신의 바램이 이미 다 구현 되어있는 우리의 본래 모습을, 어렴풋 한, 그러나 옛 기억을 힘겹게 더듬으며, 그 느낌을 일구어 낸다.  이 느낌을 잊어서 방황을 하고 있다. 자신의 몸과 영혼의 안테나인 더듬이(feeler)를, 우리의 마지막 보루인, 의식의 한 중앙으로 고요히 초청한다.

순간과 영원이 속삭이는 순간으로, 새로운 속살이 돋아나는 엄연한 생생한 현장에 우리는 매일 그리고 매 순간, 실존적으로 서있다. 안의 깊고 고요한 세계에서 울려나 오는, (살아)있음의 세미한 소리와 느낌, 그것에 은근히 귀를 쫑긋하고 온 관심을 기울인다.  몸에서 느끼는 감각,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 이것들이 궁극적으로 자신의 의식으로 포섭되고 있다.

4개월 전 우리의 의식에 무엇이 있었나를 생각해 본다. 몸의 감각도, 마음의 생각도 변해 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한가지가 분명히 있다. 그것은  (살아) 있다는 존재감에 대한 느낌이다. 어떻게 있느냐의 How를 질문 하기 이전의, 순수한 있음에 주목을 한다. 보탬도, 뺌도, 높음도 낮음도 없는 순수한, (살아) 있음의 느낌, 바로 그 느낌일 뿐이다. 모든 밖의 것들을 최소화 하면서, 자신 안에서 섬세하게 찾아낸 이 느낌에서 뿜어나는 희망의 냄새가 자신의 공간을 채운다. 이 느낌을 상향적으로 살려내야 되는 숙명적 운명에 처해있다. 우리의 실상인, (살아)있음의 느낌을 말하는 한에 있어서는, 안의 세계에서 느끼는 (살아)있음만이 최상의 가치로서 일반이고, 나머지는 군더더기(excrescence)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점까지 마음을 내어본다.

눈을 감고 40여 년 전,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밖의 풍경으로는, 많은 우여곡절과 풋풋한 삶의 내음들, 사랑과 미움, 성공과 실패가 왔었고, 잠시 머물렀으며, 그리고 사라져갔다. 그러나 안의 풍경으로는, 지금이나 40년 전이나  (살아)있다는 존재감 만이 변치 않을 뿐이다. 눈을 감은 고요함 속에서는, 밖(外)이 아닌 안(內) 세계의 영롱함이 더해만 간다.  40여 년 전 우리들이 만들었던 수많은 장면들이, 현재의 (살아)있음에 그대로 녹아져 있고, 원하면 언제나 금방이라도 쉽게 꺼내서 재 상영 해볼 수 있다.

설레어 잠못 이루던 소풍전야, 꿀맛 같은 강냉이 빵(오늘은 내 차례가 아니네, 친구야!  나눠 먹자), 서울로 가는 수학여행, 매주 월요일 아침 조회 전 팔딱팔딱 뛰어놀던 추억(고무줄  잘라 도망치기..), 수업 후 축구 하기,  눈깔사탕 사먹기, 이야기하며 하교하던 추억, 긴 여름방학, 통신표 갖다가 부모님 드리기( 왜 그렇게 공부를 못했는지 ? ). 흥미진진하던 소년조선의 용가리 연재만화, 청군백군의 운동회, 수업 후  뚝빵가서 싸우기(누가 말려주면 좋은데..), 매일 하던 교실 대청소…등등을 회상 하노라면,  같이 있었던 친구들은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왔고,  당시 주역이었던 너와 나, 이젠 우리로 다시 만나서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다.

童心세계,  또 하나의 세상이다 !

30여 년간의 뉴욕생활을 하면서, 언제부터인지 초등학교 친구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얼굴과 이름이 기억 날듯 말듯,  기억과 잊혀짐의 경계선을 아슬하게  오가는, 어느 친구를 생각 하노라면, 어느 하늘  아래서 누구랑  어떻게 살고 있을지, 어느덧 가슴에  파고드는 그리움은,  아지랑이 기운이 돋아나는 봄의 들판을 무작정  걸어야 만 약간  달래질 뿐이었다. 7년 전 처음 동문회 웹사이트를 소개받고 방문했을 땐, 오랜 타향생활 후 마침내 고향에 온 기분이 들었고, 한국 방문 시 친구들이 환대해 주었을 땐 나의 (살아)있음이 한결 생생해지며 더 연결된 느낌의 색조를 띄게 되었다.  스쿠버다이버가 심연의 바다 안으로 깊이 들어가서 새(新) 세상을 체험하듯이, 친구와 내가 동심세계 속으로 풍덩 빠져 들어갈 수 있음은 삶의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깊은 안의 세계에서 舟城人으로서 즐거움과 재충전을 만끽하게 된다.  이젠 밖의 풍경으로 나와서, 재충전된 우리를 다시 실현하면서,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 간다.

야-호  !!!   새  舟城人으로, 새로운 세상이다.

신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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