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잘 키우는 법’ 책 쏟아져


지식 정보화 시대의 남녀
남성적 근육의 힘보다 자기조절·공감 능력 중요
이런 특성 발달 느린 男兒 학교에서 상대적 불리


男兒들, 엄마 말 흘려듣는다?
안 듣는 것이 아니라 못 알아 듣는 것
말하려는 핵심만 짚어 짧게 이야기해줘야


아들 대하는 엄마들 태도 변화
전통적인 남성상 아닌 자신의 ‘이상형’을 投射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남자로 키우고 싶어해

 

‘남자아이 심리백과'(살림), ‘큰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노란우산), ‘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예담), ‘엄마를 미치게 하는 남자아이 키우는 법'(생각의 날개), ‘아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60′(책비),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카시오페아), ‘아들은 엄마의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아름다운 사람들), ‘소년의 심리학'(위고), ‘아들이 사는 세상'(중앙 m&b)….

최근 몇 년 새 국내 서점가에 쏟아진 ‘아들 키우는 법’ 안내서다. 이 책들의 공통된 주장은 “여성인 엄마가 아들을 제대로 양육하려면 남자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 이 같은 ‘아들 양육서’ 붐은 아들 키우는 엄마들의 고민이 그만큼 크다는 걸 방증한다. 지난 1월 중국인 저자가 쓴 ‘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를 펴낸 위즈덤하우스 최유연 팀장은 “책 출간 전 자녀 성별을 기준으로 시장조사를 했더니 미취학 아동 육아서 수요의 80% 이상이 아들 엄마였다”고 했다. 엄마들이 딸보다는 아들 키우는 걸 훨씬 더 어려워해 ‘아들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들 양육’ 분야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인 일본 책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21세기북스)은 2007년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30만부가량 팔렸다. 21세기북스 관계자는 “이 책과 세트로 딸 키우는 법 책도 출간했지만 독자들이 딸 육아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들 ‘아들 공부’에 나서다

왜 갑자기 엄마들이 아들 키우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알파걸 시대의 도래’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선 더 이상 근육의 힘이 경쟁력이 아니다. 공감 능력, 자기 조절 능력, 주의 집중력 같은 특성이 더 중요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에 비해 이런 특성의 발달이 느리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특히 유치원과 초·중학교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는 이지은(42·주부)씨는 “학교에서 남자아이들은 산만하고 야무지지 못해 항상 야단만 맞는다. 아들 엄마들은 ‘우리 애가 왜 여자애에 비해 뒤떨어지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녀공학 중학교에서 근무한 여교사 김모(34)씨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성적이 뛰어나다기보다는 학습 태도가 좋다. 수업에 집중을 잘하고 돌발 행동을 안 하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 대하기가 수월하다”고 했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발달 장애 비율이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아들 키우기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킨다. 미국 아동심리학자 댄 킨들런은 저서 ‘알파걸’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는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의 4배나 되고 ADHD나 난독증에 걸릴 위험도 여자아이들보다 2~5배나 높다”고 했다. 미국 아동발달심리전문가 마이클 거리언은 ‘소년의 심리학’에 “여자아이 100명이 학습 장애 진단을 받을 때 남자아이는 276명이 학습 장애 진단을 받는다”고 썼다.

엄마 말을 건성으로 듣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아들 엄마를 애타게 한다. 한 학부모는 “새 학년 초 아들 엄마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반에서 가장 똑똑한 여자아이 엄마와 친구가 되는 거다. 여자아이들은 시시콜콜 엄마에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여자아이 엄마를 통해야만 아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왜 아들은 엄마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걸까? 전문가들은 “남성과 여성의 화법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들에게 소리치는 엄마 딸에게 쩔쩔매는 아빠'(덴스토리)를 쓴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엄마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는 거다. 남자아이는 길어지는 말 속에서 전후 관계를 따져 핵심을 찾아 처리하는 능력이 여자아이보다 떨어진다. 아들과 대화할 때엔 한 번에 한 가지만, 핵심만 짚어서 짧게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아들 엄마들의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남자아이들의 취약점을 공략한 ‘맞춤형 사교육’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남자아이들만을 위한 미술학원. 일산에 본점을 둔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는 6~13세 남자아이만 수강생으로 받는다. 교사도 모두 남성인 이 학원은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톱질·못질 등을 주로 가르치고, 꽃이나 사람보다는 자동차를 그린다. 이 학원 최민준 대표는 “일반 미술학원에서 남자아이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아동 미술의 주요 지표인 색칠 하기와 사람 그리기가 모두 여자아이가 관심을 갖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상적인 남편감으로 아들 키우고파”

아들을 대하는 엄마들의 태도 변화도 ‘아들 교육’이 이슈로 떠오른 요인 중 하나다. 요즘 엄마들은 전통적인 남성상이 아닌 자신의 ‘이상형’을 아들에게 투사해 적극적으로 교육시킨다. 자기 중심적이지 않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남자로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이다.

‘큰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의 저자 임영주 박사는 책에서 “요즘 여자들은 ‘나를 먹여 살릴 남자’가 아니라 ‘나와 함께 발맞춰갈 남자’를 결혼 상대로 꼽는다. 미래의 내 아들이 여성들이 좋아하는 남편감이라면 잘 키운 것이고 잘 자란 것이다. 감정 표현이 뛰어나고 공감할 줄 아는 아들로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을 쓴 일본 교육 컨설턴트 마쓰나가 노부후미도 “요즘 여자들은 ‘요리 잘하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는다”며 “아들을 잘 키우는 것은 미래의 아버지상에 어울리는 남자로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들에게 ‘정서적 교감’을 기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 두 아들의 엄마인 김모(36·회사원)씨는 “결국 ‘아들 양육서’ 열풍은 소통이 어려운 아들과 관계를 맺어보려는 엄마들의 몸부림인 것 같다”고 했다. ‘아들 양육서’를 보면 남자아이의 생리는 정서적 교감과는 거리가 멀다. 마이클 거리언은 “남자아이의 뇌에선 유대감 형성과 관련된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여자아이보다 더 적게 분비되고 대신 공격성과 관련된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여자아이보다 10~12배 더 많이 분비된다”고 했다. ‘아들은 왜?'(팜파스)를 쓴 오야노 메구미는 이렇게 말한다. “남자아이는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서툴고 상대방의 반응보다는 자신의 기분이나 욕구를 우선시한다. 때론 엄마의 분노나 슬픔조차 ‘재미’로 느낀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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