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52) 전 제주지검장이 22일 음란행위를 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사건 발생 10일만이다.

김 전 지검장은 혐의를 시인한 뒤 “수사결과를 인정하고 사법 절차를 따르겠다”며 “전문가와 상의해 치료를 받겠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수치심에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충격과 실망을 준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현장 주변에서 확보한) 8개 CCTV를 확인한 결과 5개의 CCTV에서 김수창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전 지검장은 사건이 처음 신고된 지난 12일 이후 10일 동안 자신은 결백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도덕적·정신적으로 결함이 많아 보이는 김 전 지검장은 아니러니하게도 한때 ‘검사를 구속한 검사’로 유명하다. 지난 2012년 법무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재직 때 특임검사로 임명돼 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김광준 당시 서울고검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를 총지휘했다. 특임검사제는 ‘스폰서 검사’ 추문이 불거진 뒤 검사 비리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다. 김 지검장은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으로부터 10억원가량을 받은은)TEK 김 부장검사를 구속 수감했다.
김 전 지검장은 또 2010년 유명 댄스그룹 ‘2ne1’의 멤버인 가수 박봄(31)씨가 국내 반입이 금지된 각성제 암페타민을 밀수입하다 적발된 사건도 맡았다. 김 지검장은 당시 사건을 맡았던 인천지검 2차장 검사로, 박씨 사건을 입건유예로 전결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지검장에 대해 ‘촌티 나는 검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평소 튀지 않으면서도 상급자의 눈치나 정치적 고려를 무시하고 원칙에 충실한 우직한 검사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지검장은 이번 사태가 불거진 당일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경찰 역시 “술 냄새가 나거나 비틀거리는 모습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들은 “김 지검장은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한다”며 “그런 사람이 그런 짓을 저질렀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지검장의 주량은 소주 반 병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김 전 지검장은 공연음란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제주지검장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10시간 넘게 경찰서 유치장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김 지검장은 “현직 검사장이 공연음란행위 혐의로 입건돼 조사 중이라고만 나와도 타격을 입는 거 아니냐. 그게 싫었다(신분을 숨겼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때 밀양경찰서가 현직 검사를 수사지휘권 남용으로 조사했던 사건을 언급하면서, “당시 경찰이 말도 안 되는 사실로 검사를 불러서 조사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나. 혐의가 뚜렷하지도 않은데 체포영장까지 신청하고…”라며 경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특임검사 때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김광준 전 부장검사 혐의에 대해 검·경이 동시에 수사에 착수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그는 “(검찰이) 수사지휘를 왜 하나. 수사 문제에는 검사가 경찰보다 더 법률전문가이고 증거판단이 나으니까 수사 지휘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특임검사팀)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경찰이 왜 굳이 수사를 하려 하지…”라며 “(경찰이) 검사 수사하는 게 재밌나 보다. (경찰의) 평생소원이 검사 수사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검·경 관계를 의사와 간호사에 비유해 “의학적인 지식이나 상식이 의사가 간호사보다 낫다고 해서 (간호사를 지휘)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해 간호사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를 비하하는 발언”이라며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 출신인 김 전 지검장은 고려고와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을 19기로 수료해 1993년 창원지검에서 검사를 시작했다. 1998년 법무부 검찰국 검사를 지냈고,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시절에는 헌법재판소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에 파견돼 근무했다. 그는 2008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대검 감찰 1과장을 지냈다. 작년 4월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그해 12월 제주지검장에 임명됐다.

김 전 지검장이 늦었지만 혐의를 모두 시인함에 따라 향후 법적 처리 과정에 정상 참작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그가 그동안 언론 보도로 신원이 모두 밝혀져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을 참작해야 한다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공연음란죄는?
공개적으로 음란한 행위를 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공연음란죄(公然淫亂罪)는 형법 제24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로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돼있다. 형법 243·244조의 음란물죄가 음란한 물건을 제조·수집·배포하는 행위라면, 공연음란죄는 음란한 행위 자체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여학교 주변에 빈번하게 출현하는 일명 ‘바바리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과다노출로 인정돼 벌금을 내거나 죄질이 나쁠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되지만 미국에서는 중범죄로 간주돼 엄벌에 처해진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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