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행을 마치고
아들이 유럽으로 떠난 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암스테르담에서 1년여를 보내고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겨 8개월이나 됐으니 그 세월을 어찌 살아왔는지 궁금했지만 연로해진 엄마 때문에 오래 방문하기 힘들다가 엄마가 요양원으로 들어간 후 큰 마음 먹고 방문했다.
몇 번이나 방문해달라는 이메일을 받고 머뭇거리다 정말 오랜 만에 아들을 만난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대 반 걱정 반 공항에 나온 아들을 만났다. 그 사이 조금 살이 붙은 듯 보였다. 아들은 운동부족이라며 열심히 운동해야 하는데 자꾸 게을러져서 큰 일이라며 웃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회사의 조그만 일을 파타임으로 하면서 유럽 영주권도 얻어 그런대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일구려고 노력하고 있다.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마음의 부담을 옆에서도 느낄 수 있어서 아들에게 노력하다가 안 된다 한들 실망할 거 없다고 인생은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로 멀리 보아야 한다고 했다. 잘 되고 잘 못 되는 것은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두 누나들이 승승장구하면서 한참 후에 태어난 막내아들은 무척이나 힘든 세월을 보낸 듯 하다. 그저 아들이니까 모든 걸 잘 해낼 거라고 거의 방심에 가깝게 믿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성공해야 한다는 덫에 걸려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버리지 않으려고 스스로 택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잘 풀릴 지 아니면 잘 풀리지 않을 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들은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럴 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일이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어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일러주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그다지 필요 없는 것에 너무 목 매며 사는지 모르겠다. 존재하는 자체를 귀하게 여기기 보다 무엇이 되는가에 더 많은 시간과 물질을 투자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세상에서 인정받기 위해 무엇이 되고자 노력하다가 그 무엇을 이룬 후 그것을 더욱 멋지게 수사하기 위해 무리하게 치장하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들아,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고맙고 고맙다. 최선을 다 해 경주하다가 넘어지거나 쓰러지더라도 너는 내게 귀한 아들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하나님이 너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말아라. 세상이 너를 어떻게 보든지 하나님이 지으신 이 세상에서 너는 너의 삶을, 너 만의 색깔을 띄는 너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윤명희
201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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