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老母의 노란 보약, 카레

요리 연구가 이종임(62·사진)씨가 ‘기적의 건강식 카레’란 요리책을 썼다. 초짜 주부가 가장 쉽게 도전하는 음식이 카레다. 그만큼 ‘만만한’ 카레를 가지고 요리책이라니, 유명 요리 연구가와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이씨는 “카레는 맛있는 보약”이라고 했다.

“제 어머니(요리 연구가 하숙정)가 올해 아흔이신데, 아침 일찍 요리 학교에 출근하셔서 안경 없이 신문을 보세요. 어머니가 즐겨 드시는 음식 중 하나가 국처럼 묽게 끓인 카레채소수프예요. 어머니가 치매나 당뇨·고혈압 따위 성인병 없이 건강하신 건 카레 덕이 크다고 봐요. 카레의 노란색을 내는 강황에는 커큐민 성분이 잔뜩 들어있어요. 커큐민은 대한암예방학회가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 중 하나로 선정했지요. 치매 예방에도 도움 준다죠. 이렇게 좋은 카레를 다양하게 먹으라는 바람에서 책을 냈지요.”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카레를 먹는다는 이씨는 “인스턴트 카레 가루로 요리해도 건강에 좋지만, 원재료를 사다가 ‘카레 페이스트(curry paste)’를 직접 만들면 더욱 좋다”고 했다. 재료 구하기나 요리하기 힘들진 않을까? “서울 이태원이나 한남동에 가면 외국 식재료 상점이 여럿 있고, 강황(tumeric)과 카레가루(curry powder)를 꼭 갖추고 있어요.” 카레 페이스트는 만들어 바로 먹기보다 최소 2일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키면 더 맛있다.

이종임씨에게 어머니가 즐겨 먹는다는 카레채소수프와 카레 페이스트, 해산물볶음카레, 제철 맞은 달래를 넣은 카레달래전 만드는 법을 배웠다.

[건강식 카레 요리 레시피]

카레 페이스트
카레 가루 5큰술, 강황 가루·꿀 2큰술씩, 사과 ½개, 마늘 3쪽, 양파·노랑파프리카 ¼개씩, 매실청(또는 올리고당) 3큰술, 올리브오일·찹쌀가루 4큰술씩, 소금 1큰술
① 믹서에 모든 재료를 넣고 간다.
② 2~3일, 또는 일주일 숙성시킨 뒤 사용한다.

카레채소수프
토마토 ½개, 감자 1개, 애호박 5㎝ 1토막, 브로콜리 ?개, 당근 4㎝ 1토막, 양파 ¼개, 양배추 2잎, 다진 마늘 1작은술, 카레 가루(또는 인스턴트 카레 가루) 3큰술, 올리브오일 2큰술, 채소 다시마 국물(양파 ¼개, 당근 5㎝ 1토막, 셀러리 10㎝ 1토막, 물 4컵, 다시마 가로·세로 10㎝ 1장)
①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양파, 당근, 셀러리를 작게 썰어 넣고 색깔이 나도록 볶는다.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어 20분 끓여 건더기를 건져 채소 다시마 국물을 만든다.
② ①의 국물에 카레 가루를 푼다.
③ 나머지 채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④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는다. ③의 재료를 넣어 볶은 다음 ②를 붓고 끓인다.

해산물볶음카레
새우(중) 6마리, 오징어(소) 1마리, 새우 다시마 국물 2컵, 인스턴트 카레 가루(또는 카레 페이스트)·다진 양파 2큰술씩, 다진 마늘 2작은술, 브로콜리 ¼송이, 참기름 2작은술
① 새우 머리를 떼고 내장을 제거한다. 새우 머리는 다시마와 함께 끓여 육수로 쓴다.
② 오징어를 동그랗게 썬다. 브로콜리는 먹기 좋게 썬다. ①의 육수에 인스턴트 카레 가루를 푼다.
③ 프라이팬을 달구고 참기름을 두른 뒤 양파와 마늘을 볶다가 새우와 오징어를 더해 볶는다. 브로콜리를 넣고 볶는다. 카레를 넣고 10분 끓인다.

달래조개카레전 냉이 15뿌리, 조갯살 ½컵, 양파 ?개, 홍·풋고추 1개씩, 물 ¼컵, 달걀 ½개, 밀가루 4큰술, 인스턴트 카레 가루(또는 카레 페이스트)·식용유 2큰술씩
① 냉이를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 뒤 송송 썬다.
② 조갯살을 씻고, 양파는 2㎝ 길이로 채 썬다. 홍고추와 풋고추는 어슷하게 얇게 썬다.
③ 물에 달걀, 밀가루, 카레 가루를 넣어 반죽한다.
④ ③에 ①과 ②를 넣고 섞은 다음 조갯살을 넣는다.
⑤ 프라이팬을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④를 한 수저씩 떠 넣어 둥글게 전을 부친다.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카레의 본고장에서는 어떻게 먹을까. 지난달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는 ‘스리랑카 음식축제’가 열렸다. 인도 대륙 남쪽에 있는 섬나라 스리랑카의 음식은 인도와 비슷하지만 더 칼칼하게 맵고 덜 느끼해 한국인 입에 더 맞는 편이다. 국민 대부분이 불교도인 나라답게 채소로만 만드는 요리가 발달했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힐튼 호텔에서 온 요리사 락말(Lakmal)씨는 “서울 이태원의 식료품점에서 모든 향신료를 구할 수 있었다”면서 “구하기 어려우면 다 빼도 되지만, 강황(tumeric)과 검은겨자씨(black mustard seed)는 들어가야 스리랑카 음식이랄 수 있다”고 했다. 락말씨에게 ‘건강 채식주의 카레 요리’를 배웠다.

렌즈콩과 시금치 템퍼드(Dhall and Spinach Tempered) 붉은 렌즈콩(red lentil) 100g, 토마토 2개, 채 썬 양파·다진 마늘·풋고추 20g씩, 검은 후춧가루 10g, 고춧가루·카레가루(curry powder) 5g씩, 강황가루 2g, 물 250mL, 코코넛밀크 20g, 소금 약간
① 프라이팬을 달궈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다. 양파와 마늘, 풋고추, 후춧가루, 고춧가루, 카레가루, 강황가루를 볶는다. 코코넛밀크를 더하고 소금으로 간한다.
② 렌즈콩을 ①에 더해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다. 토마토를 더해 살짝 볶아 낸다. Tip. 코코넛밀크는 생크림 또는 같은 분량의 물로 대체해도 된다.

캐슈너트와 완두콩 커리(Cashew and Green Pea Curry·사진)
캐슈너트 250g, 완두콩 50g, 토마토 2개, 양파·건고추·마늘·고춧가루 10g씩, 풋고추·통계피·판단잎·강황가루·카레가루 5g, 검은 겨자씨·호로파 2g, 소금 약간
① 토마토를 손톱만 한 주사위 모양으로 썬다. 양파와 건고추, 마늘, 풋고추를 얇게 썬다.
② 프라이팬을 달구고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다. 풋고추와 통계피, 판단잎, 강황가루, 카레가루, 겨자씨, 호로파와 토마토를 제외한 ①의 재료들을 넣고 볶는다.
③ ②에 캐슈너트와 완두콩을 넣고 양념이 고루 묻도록 버무리며 볶는다. 완두콩이 익었을 때 토마토를 넣고 살짝 숨이 죽게 볶는다. 소금으로 간한다.

김성윤 |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