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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호숫가 언덕길을 걷는다.
차디찬 바람 불어와 이마를 때린다.
군데군데 들어선  집들이 가지 사이로
삐죽 얼굴 내밀고 나를 내려다 본다.
겨울 나목들이 무어라고 속삭인다.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때
가진 것이 아무 소용 없을 때
가리워진 것이 다 벗겨졌을 때
무거운 짐에 눌려 지쳐 초라한 모습일까
아니면 어둠을 밝히는 작은 빛이라도 되어 있을까

오늘도 걷는다.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고 찬바람 불어온다.

윤명희
201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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