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사란 대한민국 · 서울 · 이순신· 안중근 등 사람이나 어떤 특정한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말로 명사 중에서도 세상에서 유일하고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책 · 꽃 · 산 · 아버지 등과 같이 같거나 서로 비슷한 종류의 사물에 두루 쓰이는 이름을 나타내는 말, 보통명사와는 다르다. 다시 말하면 특정한 한 개만의 이름을 나타내어 같은 종류에 속하는 딴 것과 구별짓는 명사가 고유명사다. 이를테면 인명이나 지명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명사는 대명사 수사와 함께 문장에서 체언 즉 임자말의 구실을 한다. 문장의 주어가 되는 역할을 한다. 명사가 고유명사와 보통명사로 구분이 되는가 하면 우리말의 경우 어떤 명사가 자립적으로 쓰이느냐 그 앞에 꾸미는 말이 있어야 하느냐에 따라 자립명사와 의존명사로 나뉘기도 한다. 사족으로 ‘사물’이라 함은 일 사(事) 물건 물(物)이니 일과 물건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과 물건’으로 잘못 이해하는 일이 없도록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공부가 어려운 것은 용어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존명사란 자립명사와 대립되는 말로 자립성이 없어 다른 말 다음에 기대어 쓰 이는 명사로 것· 데· 바· 체· 듯· 개· 마리· 짜리 따위가 여기에 속한다. 의존명사를 이해하면 우리 글을 쓸 때 유념해야 하는 띄어쓰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립명사란 스스로 자(自) 설 립(立)이니 글자 의미 그대로 문장에서 다른 말의 도움 없이 여러 성분으로 쓰이는 명사를 말한다. 예를 들면 ‘민규가 센트럴파크역에서 할아버지랑 지하철을 탔다.’는 문장에서 ‘민규’· ‘센트럴파크역’· ‘할아버지’· ‘지하철’ 따위의 말이 독립명사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고유명사다. 처음 영어를 공부하던 때의 일이 기억난다. 문법적으로 모든 낱말은 문장에서의 의미와 기능에  따라 품사로 구분이 되는데 소위 말하는 8품사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주 접하게 되고 제일 많이 다루어지는 단어가 명사이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명사는 다시 크게 보통명사, 고유명사, 물질명사, 집합명사, 추상명사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처음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런 구분도 영어를 이해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이다.

다른 외국어도 마찬가지지만 영어를 잘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 그런데 당시는 단어를 익히면서 고유명사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첫글자는 대문자로 쓴다는 사실 말고는. 이는 문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했는지 알 수 없으나 나의 경우는 그러했다. 실제로 말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간에 일상생활에서는 고유명사가 들어가지 않는 데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왜 굳이 고유명사를 소홀히 다루었던가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고유명사는 주로 인명이나 지명이다. 맨해튼(Manhattan),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셰익스피어(Shakespeare) 등을 우리말로 표기할 때는 짐작해서 발음대로 적당히 적어서는 안 된다. 고유명사가 아니더라도 영어를 우리말로 적을 때에는 한글맞춤법의 외래어(영어)표기법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를테면 ‘color’는 ‘컬러’로 ‘collar’는 ‘칼라’로 ‘message’는 ‘메시지’로, ‘mask’는 ‘마스크’로 ‘organ’은 ‘오르간’으로 표기가 된다. 외래어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이의 우리말 표기가 들쭉날쭉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한자 · 한문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부터는 나의 관심 고유명사의 범위가 한층 확대가 된 셈이다. 이색(李穡) · 김유신(金庾信) 등의 인명이나, 예천(醴泉) · 정선(旌善) · 여주(驪州) · 연천(漣川) · 수내(藪內) · 독산(禿山) · 증산(繒山)· 작전(鵲田)등의 지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들 몇몇 한자들은 어쩌면 영영 모른 채 지날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지명은 거의가 한자로 표기가 되는데 그렇게 된 데에는 유래가 있다. 따라서 한자로 알게 되면 그 지역의 특성이나 역사적 사건· 사실 등을 유추할 수 있게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한노인회와 생활문화지원실의 후원으로 이번 방학 중에도 예절 및 한문지도 교실이 열린다. 연 삼 년째 맡고 있는 이 일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데 지금은 지원자가 많아 두 개 반으로도 수용이 어려울 정도다. 한때 영어를 가르치던 사람이 지금은 우리말 선생이요 한문 교실 훈장으로도 변신한 상태다. 요즘 꼬마들이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변신하는 장난감이다. 국어· 한문· 영어를 동시에 가르치기도 하다 보니 때로는 일인3역도 한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가르치는 일이 되다 보니 실속도 차리는 셈이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다. 봉사차원에서 하는 일이라 보람도 재미도 있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통성명을 하게 될 때는 상대방 이름을 한자로 묻곤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인명이나 지명을 한자로 알지 못하면 늘 짠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자로 알아내야 직성이 풀린다. 이 지역 국회의원이 현 여당 대표인 황우여(黃佑呂) 씨다. 한번은 노인정을 찾은 의원 보좌관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황 의원의 한자 이름을 물었더니 대답을 못한다. 매우 난처해 하던 일이 생각난다. 돌아가더니 이내 전화로 알려왔다. 이런 현상은 물론 내가 한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긴 습관이다.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에서 온 말이다. 한자를 이해 못하고 어찌 우리말을 제대로 안다 할 수 있겠는가. 교육부가 정한 교육용 한자는 1800자에 불과하다. 상용한자만 익히면 된다. 파도(波濤)의 ‘波’ 자는 물(水)의 가죽(皮)이요 껍데기다. 얼마나 재미있는 글자인가. 이런 게 한자의 묘미다. 60에 능참봉이라더니 희수를 너머 고유명사 덕택에 나의 한문 실력도 늘고 있다. 나이 먹으면서 느는 게 보기 흉한 주름살만이 아니다. 만시지탄이 없지는 않으나 우리말 실력도 늘어간다. 늦어 못 배우는 법 없다더니 틀린 말이 아님을 실감한다.      

 2013-12-26
仁松齋/草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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