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2650만원 적자 보는 日 긴자 한식당 ‘尹家’, 미슐랭 가이드 별 2개 받아

지난 9월 말 일본 도쿄 긴자(銀座) 거리의 작은 한식당 ‘윤가(尹家)’에 50대 프랑스 남성 2명이 들어섰다. 4800엔(약 4만9000원)짜리 갈비찜 정식 등을 주문한 그들은 들기름에 무친 산나물을 한 입씩 맛보더니 점원을 불렀다. “12월에 한국에 가는데 어디 가면 이런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까?”

그들은 식사를 마친 뒤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 소속이라고 밝혔다.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점 평가 전담 요원이 손님으로 가장해 특정 식당을 수차례 방문, 식당에 별 등급(최고 별 3개)을 매기는 세계적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서다. 윤가의 윤미월(56) 대표는 “설마 우리가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되리라곤 생각 못 했다”고 했다. 지난 3일 윤가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꿈은 현실이 됐다. “윤가가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에 선정됐습니다.” ‘윤가’가 별 2개(2스타) 등급으로 ‘미슐랭 가이드’ 2014년판(도쿄편)에 등재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윤가’의 윤미월 사장이 갈비찜과 부침개, 산나물 등 전통 한국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리고 있다
‘윤가’의 윤미월 사장이 갈비찜과 부침개, 산나물 등 전통 한국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리고 있다. /안준용 특파원

‘미슐랭 가이드’ 2014년판(도쿄편)에는 음식점 총 243곳이 선정됐다. 한국 음식점 중에선 ‘윤가’와 함께, 2012년판부터 3년 연속 별 두 개를 받은 도쿄 시부야 ‘모란봉’만이 이름을 올렸다.

윤가는 방 4개, 16석으로 99㎡(30평)의 소규모 한식당이다. 직원은 사장 윤씨와 아들 내외를 포함해 7명이다. 3800엔(약 3만9000원)인 한방 삼계탕 정식부터 2만엔(약 20만5000원)짜리 코스 요리까지 10여 가지 메뉴를 제공한다. 비싼 임대료(월 200만엔) 탓에 요즘도 매달 260만엔(약 2650만원) 정도 적자를 보고 있다.

윤씨는 28년 전인 1985년 일본에 건너와 한국 김치 수입업체에서 13년간 품질관리를 담당하다가 1998년 김치 제조업체 ㈜건식무역을 차렸다. 2008년 한식당을 처음 시작했고, 올해 5월 도쿄 중심가인 긴자에 고급 한식당 윤가를 열었다. 윤가는 한국의 김장 문화를 알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치 전문가인 윤씨가 올해만 20여차례 외국인 400여명을 대상으로 ‘김치 교실’을 열었다.

윤씨는 “돈은 밥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되고, 이젠 음식으로 한국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매일 요리책을 읽고, 매주 직원들과 함께 ‘새 메뉴’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한 달 중 보름 정도는 한국에 건너가 좋은 식재료를 찾는다. 이달 말에는 경남 창원에 ‘윤가 한국점’도 오픈할 예정이다. 윤씨는 이번 미슐랭 가이드 선정을 또 다른 시작이라고 했다. “저희 윤가를 보시는 눈도 많아질 테니 이제 별 3개를 향해 열심히 달려봐야죠.”

도쿄=안준용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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