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호 교수 보게
인사가 늦었네. 귀한 책, 에세이집 보내주어 참으로 고마웠네. 그리고 잘 읽고 있는 중일세.
그 책 받은 지가 이미 한 열흘쯤은 되는것 같은데 여태 인사를 못 전했으니 이런 무례가 어디 있나. 양해하시게. 좀 더 읽어보고 한다는 게 오늘까지 왔었는데, 더 반가운 소식은 최교수가 최근에 두 개의 문학대상을 수상하셨다는소식을 접하고서야 이렇게 늦었다만 찬사와 부러움과 놀라움의 박수와 함께 진심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바일세.
나는 최교수가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시와 수필 등을 써온 그렇게 훌륭한 문인인줄은 까맣게 몰랐네. 지난해 말 복현회든가의 모임에 나갔을 때 우리가 졸업후 참으로 오랜만에 서로 처음 얼굴을 대할 수 있지 않았던가.
그때 어떤 친구로부터 최진호 교수가 시집을 냈다느니 하는 말을 흘려 들은 적이 있었네. 말도 아는 것만큼 들린다더니 우리가 비록 동기생이지만 그날까지는 내가 최진호라는 친구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으니 자세히 듣지도 못한 것이었지.
더구나 화학을 전공한 공학도로서 이과계통의 사람이라 그런 특별한 재주가 있을 줄은 더욱 몰랐고. 하기야 글 쓰는 소질이나 재주와 전공분야와는 별개의 문제겠다만 그래도 일반적인 인식이 문학전공자는 따로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 게 현실아닌가. 어쨌거나 장하고 영광스럽다는 축하 인사 거듭거듭 드리네.
글 쓰는 일에 대해서는 나야 아예 문외한이다만 글을 잘 쓴다는 게 얼마나 부럽고 놀랍고 훌륭한 기량인가는 평소 동경만 하고 지내온 사람일세. 글을 잘 쓴다는 것도 꾸준한 노력과 연마가 필요하겠지만 타고난 문학적인 소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난 생각하는 사람일세.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고 일찍부터 글 쓰는 일에 뜻을 두기라도 했더라면 하는 후회 같은 걸 지금은 하게도 된다만 만시지탄만 남을 뿐, 세상만사는 다 때가 있는 법이 아니던가. 나의 이런 심경과 최교수의 지금까지의 삶을 생각해보면 최교수가 얼마나 대견하고 부럽고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게 되네.
그래서 난 최교수가 한 개도 아닌 이름 있는 문학대상들을 두 개나 거머쥐게 된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거듭 하게 되네. 보내준 에세이집은 순서 대로는 아니다만 거의 다 읽어 본 셈일세. 한번 책을 펼쳐들고니 놓기가 쉽지 않을만큼 내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글들이었네. 교수로서 학자로서 시인으로서 수필가로서의 최교수의 그 해박하고 심오한 지식과 지성과 문장력에 존경과 찬사를 보내는 바일세.
처음 ‘NGO를 통한 세상읽기’라는 부제와 더불어 ‘누구를 위한 촛불집회인가’라는 타이틀의 에세이집을 접하는 순간, 제목이 좀 색다르다는 생각을 내심 했네. 그러한 생각은 어쩌면 부제는 물론이요 제목의 촛불집회라는 말에서 오는 약간의 거부감 같은 무엇이 아니었나 싶네. 그렇다면 순수문학과는 어딘지 거리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는 말일세. 그러나 목차를 하나하나 보아 가면서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호기심이 발동하더라니…..
특히 ‘문학과 삶’, ‘교수의 도덕성’ 그리고 ‘비빔밥의 문화’ 등을 읽고 나서는 나의 앞선 생각이 대단히 잘못된 하나의 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매사가 다 그렇겠다만 사람이 어떤 그릇된 선입관을 가지고 출발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거듭 확인하게 됐네. 최교수의 해박하고 섬세하고 순수한 아름다운 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감동적인 감칠맛 나는 멋진 글들이었네.
언제 만나 문인 최진호 친구의 인생이야기 한번 들어보았으면 싶네. 사설이 너무 길었네. 건강하시고 늘 아름다운 나날 되시길 기원하면서
2011. 02. 24. 자정무렵
안양 비산동 산기슭 林谷齋에서 /草雲 金英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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