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생님
잘 계시지요. 
새해 들어 벌써 두번째 달이 중순을 향해 성큼성큼 치닫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세월이 유수(流水)임을 거듭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따님 집에 가 계시는 행복한 날들도 잦으시네요.
재원(才媛)인 따님들과 사위들까지 모두가 다 하버드와 예일 등 최일류
명문출신이란 얘기 처음 들었을 때 부러워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더구나 그들이 지금은 그 대학들의 지망생들을 인터뷰하는 영광까지
누리게 되다니요. 참으로 대견하고 장하고 자랑스런 일입니다.
그런 훌륭한 자녀들을 두신 윤선생이야말로 뭇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십니다.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에 젖은 윤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오늘의 이 모든 윤선생님의 영광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껏
하나님의 
충실한 종으로 성실히 살아오신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습니다.

때로는 마음에 그림자가 짓기도 합니다만 참고 견디다보면 다시 태양이
밝게 
비치는 게 우리의 일상입니다. 변화무쌍한 세상사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 어떤 경우든 하나님만 믿고 의지하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심령의 주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P. B. Shelly의 “Ode to the West Wind”의 그 유명한 마지막 구절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If Winter comes, how can Spring be far behind?
(겨울이 만일 온다면 봄이 어찌 멀었으리오.)

찬란한 희망의 봄 생각하시면서 이 겨울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시기
바랍니다. 동시에 늘 밝고 맑은 영혼으로 아름다운 생각만 하시고 계속
아름다운 글 쓰실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봄을 기다리며 서울에서 / 김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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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티끌을 보는 게 인간인지라
저도 윤선생님 글 읽으면서 작은 티끌 몇 개 보았습니다. 윤선생님이나
저 모두의 윈윈전략으로 받아들이시리라 믿기에 감히 한 소행입니다.
……………………….

 1월은 대학 지원자들에게는 더욱 추운 달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을 지원하면 그 대학을 졸업한 선배들이 모든 지원자들을 일일이 인터뷰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딸과 사위도 바쁜 중에 시간을 내어 몇 년째 면접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사위는 하바드 대학 지원자들을 병원 사무실이나 근처 식당에서 만났으며, 둘째 딸은 예일 대학 지원자들을 퇴근 후 저녁에 집으로 오게 했습니다.

내가 둘째네 집에 며칠 가 있을 동안 면접인들 중 한 명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눈이 많이 와 날씨가 험해서 몇 번 인터뷰 날짜를 미루다가 만나게 되었는데 어머니와 함께 온 여학생이었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있는 그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나눈 후 딸은 그 여학생과 서재로 들어가 둘이 마주앉고 한 동안 인터뷰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대접해드린 따끈한 커피와 다과를 들면서도 딸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올해엔 큰 딸도 맨해튼 하버드 클럽에서 하버드 대학 지원자들인 스타이브센트 고교생들을 인터뷰했다고 합니다.  나는 딸에게 인터뷰해 보니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이 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몇 명은 가능성이 있다며 학생들과 대화해보면 그들의 수준을 곧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제 큰 딸에게 전화가 와서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합격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떨어지는 학생들도 있을텐데 그들이 실망하지 말고 그 실패를 디딤돌 삼아 앞날을 개척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딸도 아이들이 불쌍하다며 치열한 경쟁 때문에 불안하고 마음이 쫓기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냐며 자기 딸의 앞날도 걱정스럽다고 했습니다.

이 세상은 꿈을 이룬 사람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난관을 물리치고 성공이라는 정점에 도달한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다수의 사람들은 꿈을 상실한 채 좌절에 빠졌거나 여전히 난관을 극복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적으로 성공하고 남에게 인정받고 유명해지려고 자신을 선전하며 자꾸 높이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대단한 존재로 착각하고 너무 자랑스럽고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똑같이 영혼을 소유한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과연 꿈을 이루었다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할까요.  그들의 성공이 진정한 성공일까요.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내면세계도 성공했을까요.  우리가 꿈에서 깬 후에는 그 동안 꿈꾸었던 모든 것이 환상 속의 신기루였던 게 아닐까요.

나의 이익과 권리만 추구한다면 영원한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주님은 많이 가진 자에게는 많은 것을 요구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없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고 있다고 뽐낼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 주님께서 각 사람에게 맡기신 분량대로 겸손히 서로 도우며 살면 되겠지요.

만약 물질의 풍요만이 축복이라면 거지 나사로가 부잣집 앞에서 구걸하던 그 집 부자는 천국에 마땅 가야했을 것입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한 것인데, 세상만 다가 영원을 실종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내 자신을 점검해봅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하직하고 주님 앞에 서서 최후의 면접시험을 볼 때 ”잘했다,  충성된 종아” 라는 칭찬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시편 기자는 73편에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거만한 자를 질투하였음이로다.
그들은 죽을 때에도 고통이 없고 그 힘이 강건하며
사람들이 당하는 고난이 그들에게는 없고 사람들이 당하는 재앙도 그들에게는 없나니
그러므로 교만이 그들의 목걸이요 강포가 그들의 옷이며
살찜으로 그들의 눈이 솟아나며 그들의 소득은 마음의 소원보다 많으며
그들은 능욕하며 악하게 말하며 높은 데서 거만하게 말하며
그들의 입은 하늘에 두고 그들의 혀는 땅에 두루다니도다…..
나는 종일 재난을 당하며 아침마다 징벌을 받았도다…..
내가 어쩌면 이를 알까 하여 생각한즉 그것이 내게 심한 고통이 되었더니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내가 깨달았나이다.
주께서 참으로 그들을 미끄러운 곳에 두시며 파멸에 던지시니
그들이 어찌하여 그리 갑자기 황폐되었는가 놀랄 정도로 그들은 전멸하였나이다.
주여 사람이 깬 후에는 꿈을 무시함 같이 주께서 깨신 후에는 그들의 형상을 멸시하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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