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 팔관(八觀)법
“얼굴이 닮았다고 공자는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외모는 성인군자지만 행동거지는 영 딴판인 경우를 종종 본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취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이 말의 유래를 <사기>의 중니제자(仲尼弟子)
열전에서 더듬어보자. 공자의 제자 중에 유약(有若)은 용모가 스승과 비슷했다.
공자가 죽은 뒤 제자들은 얼굴이 닮은 그를 스승으로 추대했다.
어느날 한 제자가 유약에게 물었다. “생전에 스승은 별자리를 보고 비가 올지를 알았소.
똑같은 별자리인데 비가 안 오는 건 어찌된 경우요?”
유약이 답을 못하고 앉아 있자 제자가 벌떡 일어났다. “유자(有子)여, 그 자리를 떠나시오.
그곳은 당신이 앉을 자리가 아니오!”
그 자리에 맞는 인물을 가리기란 극히 어렵다.
겉만 보고 고르면 공자 제자들처럼 낭패보기 십상이다.
강태공이 지었다는 가장 오랜 병법서인 <육도>도 사람의 겉과 속이 다른 것을 경계한다.
제3편 용도(龍韜)의 선장(選將)에서는 그런 경우를 15가지나 나열하고 있다.
겉은 어질지만 속은 못난 자, 겉보기엔 온화하지만 실은 도둑인 자,
겸손한 체하지만 교만한 자, 과감한 것 같지만 무능한 자 등등 다양하다.
그래서 <육도>는 인물을 판별하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어떤 문제를 내어 이해하는 정도를 잰다.
둘째, 꼬치꼬치 캐물어 그 반응을 떠본다.
셋째, 간첩을 붙여 충성 여부를 살핀다.
넷째, 명백한 말로 물어 덕(德)을 관찰한다.
다음으론 재무관리를 시켜 청렴을, 여색을 미끼로 품행을 시험해 본다.
또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용기를 테스트하고, 마지막으로 술에 취하게 해 그 자세를 살핀다.
3000년 전의 인물판별법이지만 오늘날에도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인사청문회를 보자니 <육도>의 8가지 잣대는 우리에겐 차라리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속을 살필 것도 없이 겉만 봐도 뻔하기 때문이다.
위장전입과 투기는 공직자의 기본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판이다.
‘거세개탁(擧世皆濁) 중인개취(衆人皆醉)’라는 초나라 굴원의 탄식이 절로 나온다.
세상이 다 혼탁하고, 모두가 제 정신이 아니다.
청문회장의 공직 후보자들은 생김은 다 다르지만 속은 비슷하다.
대상자는 여럿이어도 결론은 하나로 모아질 것 같다.
“그곳은 당신이 앉을 자리가 아니오!”
– 김태관 경향신문 논설위원 –
528 total views, 1 views today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