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溪
내외분이 다 무고하시다니 다행일세.
우리 내외도 잘 있네.
‘자랑 끝에 쉬 쓴다’는 말은 알고 있다만 한 가지 자랑부터 해야겠네.
며칠이 지났다만 지난주 월요일(19일)은 두 사람이 함께 오랜만에
加平郡 北面에 있는 名山 京畿 제2봉 明智山(1.277m)을 거뜬히(?) 올라갔다 왔네.
그날은 다행히 햇볕은 없었고 구름이 많이 낀 날이어서 도중에 비가
오락가락은 했다만 여름 등산하기엔 더 없이 좋은 날씨였었지.
요즘은 비도 자주 오고 해서 등산길이 약간 미끄럽기는 했다만
먼지가 나지 않아 녹음 속을 거니는 싱그러운 맛이 참으로 좋았네.
나야 남자고 평소 등산을 꾸준히 다니는 편이라 별 신통한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없겠다만, 그 사이 거의 등산을 다니지도 않았던 집 사람이 워밍업(warming-up)도
없이 나와 보조를 맞추어 그렇게 높은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는 게 내가
생각해봐도 속으로 놀랄 정도였네. 나 같이 인정머리 없는 사람에게는 건강으로
따지면 진정 안성맞춤의 사람인가 싶네.
어제 오늘 주말은 인천 송도에 가서 손자들과 같이 보내고 돌아왔네.
사업을 하는 큰아기는 바쁘신 몸이라 마침 해외출장 중이어서
빠졌다만, 그 외 일곱 가족이 모여 함께 쇼핑도 하고 외식도 했네.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만, 인천에는 근래 들어 인천시에서 집중적으로 지원
육성하고 있다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나라 유일의 유명한
차이나타운(China town)이 아직도 번성하고 있다네.
우리도 어제까지 세 번을 가 보았다만 그곳의 음식이 그렇게 맛이 있을 수가 없었네.
내가 원래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식구들도
모두가 다 매우 만족해 했으니. 평일은 어떤지 모르겠다만 주말 저녁엔 차를 대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그곳을 찾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방불케 하더라니.
언제 한번 무계 내외와 같이 그곳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오늘 식전에는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인기, 인근, 그리고 나 셋이서
골프장에를 갔다 왔네. 마침 인근이네 집 가까운 곳, 인천환경공단에서 관리하는
송도종합스포츠센터에 있는 나인 홀(nine hole)짜리 골프장이 멋진 게 하나 있어서
식 전 한 시간 조금 넘게 한 바퀴를 돌고 왔네.
아시다시피 나야 골프라면 겨우 흉내 낼 정도의 실력 밖엔 안 된다만, 그래도
뉴욕 있을 때 익혀 뒀던 보잘것없는 밑천으로 아이들과 같이 라운딩(rounding)이라도
겨우 할 수는 있었으니 그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생각하네. 귀국 후에는 골프채를
쥐어 본 적이 없었는데도 아이들 말은 “아버지 실력이 아주 대단하다(?)”나…..
한때나마 칭찬 듣고 춤추는 고래 심정이었네.
서당 개 삼 년에 풍월 읊는다(堂狗三年吠風月)더니 그래도 그때 거기서 소일 삼아
부지런히 집사람과 같이 골프장에 다녔던 경험이 그런대로 크게 도움이 됐네.
듣자 하니 큰 며느리는 사업상의 필요로 부지런히 골프실력을 연마한다더니 요즘은
실력이 우리 가족 중에선 단연 제일이라나. 다음 기회에는 시아비도 끼어들고 해서
넷이서 한 조를 맞추어 멋진 가족 라운딩을 하자면서 아이들끼리 약속을 하더구먼.
나야 이래저래 굿이나 보고 떡만 얻어먹으면 되게 생겼네.
사설이 너무 길었네, 기성작가이신 武溪 자네는 이제 나에겐 든든한 배경일세.
지나친 겸손은 실례인 줄 아시지 않는가. 충심의 조언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네.
走馬加鞭이라 했던가. 나야 아직 走馬는 못 되는 처지다만 그래도 무계 자네의 가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일세. 어떤 조언이라도 달게 받을 태세가 되어 있으니 서슴지 마시게.
우리가 어쩌다 이 나이에 같은 취미를 가진 벗이 되다니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인연일세.
그리하세. 서로 자주 주고받고 하세나.
그러다 보면 혹시 뭐가 될 지 아는가.
아닐세. 뭐가 되겠다는 게 나의 목표는 결코 아닐세.
단지 내 스스로가 좋아서 소일 삼아 하는 일일 뿐일세.
그러니 삶이 즐겁고 하는 일이 자연 신이 날 수밖에.
여기까지 어영부영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네.
어떤 경우에도 이제는 밤샘을 해서는 안 되겠고,
할 말은 如泰山이로세만….
곧 만나게 될 터인즉, 그 때 서로 또 그간에 쌓인 회포를 풀기로 함세.
그날 동기회 모임에는 참석을 할 예정일세.
2010. 7. 26. 새벽 세 시 지나
林谷齋/草雲
571 total views, 1 views today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