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혼자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계를 보니 정각 3 시다. 집사람은 꾀를 피우는 건지 할일이 많다면서 혼자 갔다오란다. 집 앞에 큰 도로가 하나 있어서 공원을 가려면 그 길을 먼저 건너야 한다. 그 길이 바로 뉴욕시 주요 간선도로 가운데 하나인 Queens Boulevard이다. 그래서 사는 아파트가 교통은 편리한 곳이긴 하나 좀 시끄러운 편이다.

운동 삼아 자주 가는 공원이 Flushing Meadows Corona Park(FMCP)이다. Manhattan에 그 유명한 Central Park이 있다면, Queens 에는 FMCP가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New York City에서 가장 넓은 자연공원이다. New York 하면 Central Park을 떠올릴 정도로 Central Park은 New York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공원이다. 어느 한 해 여름에는 찜통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먹을 것과 깔고 앉을 돗자리 등을 준비하여  일 삼아 Manhattan의 Central Park에까지 가서 울창한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면서 더위를 보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러나 Corona Park은 사는 아파트에서 걸어 산책하기에 알맞은 비교적 가까운 장소이다. 가는 데 도보로 25분 가량 걸린다. 커다란 호수만도 두 개나 있다. 호수에는 오리, 고니, 청둥오리, 갈매기 그밖에 이름을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새들까지 어울려 장관을 이룰 때가 흔히 있다. 가히 새들의 천국이라 할만하다. Willow Lake  하나를 도는 데도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 요즘은 호수 주변이 사람 키보다 더 큰 마른 갈대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지하철 정거장 67th Avenue Station 입구로 들어가 지하도를 지나 큰길을 건너갔다. 이 정거장은  G. R. V. 세 개의 train이 정차하는 일반역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불과 3, 4 분 거리밖에 안 되는 가까운 역이다. 이 노선에는 E, F trains도 다니지만 그 둘은 express여서 이 정거장에서는 정차하지 않는다. 집에서 서쪽 방향인 Manhattan에를 빨리 가기 위해서는 71 Avenue, Forest Hills Station 까지 한 정거장 동쪽으로 더 내려가서 거기서 급행인 E, 나 F train을 갈아타고 도로 올라와야 한다. 손자 종현이는 매일 그렇게 차를 갈아 타면서 Lower Manhattan의 Chambers street 서쪽 끝 New Jersey 를 바라보는 Hudson 강변에 위치한 New York 최고의 명문 Stuyvesant Specialized Science High School에 다닌다. 이 학교는 2001년 9월 1일 9.11참사로 지금은 사라져버린 World Trade Center 자리에서 도로보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다.

어제 저녁 때만 해도 자동차에 하얗게 쌓여 얼어붙은 눈을 한참 동안 열심히 털어냈다. 아침 일찍 손자 녀석을 express 지하철 역까지 어미가 태워다 주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많이 풀렸다. 어제 눈이 제법 많이 내렸는데도 일부 그늘진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녹은 상태다.

그래도 밖에 나갈 때는 완전무장이다. 신발은 이전에 신었던 등산화를 졸라 맸고, 장갑은 물론 만보기도 챙겼다. 공원 방향으로 걸어가다 Yellowstone Boulevard 네 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근처 어디서 순간적으로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승용차 두 대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 한적한 주택가 네거리라 길을 건너면서 나도 가까이 가서 보았다. 가벼운 사고였다. 차들을 한쪽으로 세우더니 각자가 차에서 내려 부딛친 부위를 확인하고 무슨 말들을 주고 받는다. 조금도 언성을 높이거나 언짢아 하는 표정들이 아니다. 한 사람은 젊은 아가씨이고 다른 한 사람은 중년의 백인 남자다. 동으로 가던 차와 남으로 가던 차가 가볍게 부딛친 것이다. 이런 경우 우리 나라에서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생각해 봤다.

‘길을 가다 보면 중도 보고 소도 본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밖에 나온 지 불과 몇 분 안 되는 시간인 데도 이런 삶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生卽動인즉 사람은 하여튼 자꾸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내 앞에서는 학생인 듯한 아가씨가 성큼성큼 걸어간다. 청바지를 입은 두 다리가 어쩌면 그렇게도 미끈하게 갯밭 무처럼 죽 빠질 수가 있을까.  참 예쁘다. 거기에 더하여 뇌쇄적(惱殺的)이리만큼 예술적인 S 자형 몸매의 뒷 모습은 더 매력적이다. 밖에만 나가면 날이면 날마다 흔히 볼 수 있는 광경들이건만 하여튼 이곳 여성들의 몸매는 정말 알아 줄 만 하다. 뒤에서 보아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쉽지 않는 우리 동양 여성들의 일자형의 밋밋한 엉덩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은 우리 나라 여성들의 몸매도 과거와는 달리 서양을 닮아가는 추세라 다가 그렇다는 건 결코 아니다. 하기야 곰탱이 같고 미련스런 비곗덩어리가 걸어가는지 굴러가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의 가관을 연출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곳이 또한 여기지만 말이다.

66th Rd 를 따라 Forest Hills High School까지 갔다. 학교 서북편을 끼고 돌아 공원 옆 Grand Central Parkway의 service road로 해서 ‘개 놀이터(dogs’ run) 옆 overpass를 건너 공원 입구에 내려섰다. 집에서 걸린 시간이 대략 25분 가량이다. 여기 사람들이 개를 좋아하는 정도는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 수준이다. 아파트 안에다 말만한 개를 들여 놓고 사는 집도 있다. 공원에 개를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개 놀이터가 있는 공원도 많다. 주위에 높은 철망 울타리가 처져 있는 곳도 있다. 그 안에서는 끈을 풀어놓기도 하는데, 사나운 놈들은 울타리 옆 길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고 펜스 가까이까지 와서 미친 듯이 짖어대며 잡아먹을 듯이 돌진을 하기도 한다. 울타리가 있기 망정이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떤 결과가 올지는 不問可知다. 담이 적지 않은 늙은이인 나도 그럴적마다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 그래서 그 옆을 지나칠 때는 늘 마음이 한결 불안하다.

오늘은 호수 위를 노니는 새들의 날개 짓도 추운 날과는 사뭇 다르다. 한결 활기가 넘친다. 추위는 어떻든 모든 생명을 움추려들게 하는 반갑지 않은 힘을 가졌다. 여느 때처럼 호숫가 boardwalk의 바로 물가까지 걸어 갔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가슴이 탁 트인다. 세계에세 제일 큰 도시 New York  그 한 복판에 이렇게 넓은 자연 공간이 살아 숨쉰다니 정말 놀랍다. 이 거대 도시 뉴욕에 이런 허파와 같은 공간들이 없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탈출구를 찾겠는가. 물 속에 사는  물고기도 그 물이 탁할 때는 입을 물밖으로 내밀고 숨을 쉬어야 하는 때가 있지 않던가. 그런 물고기 신세나 다름 없는 New Yorkers가 숨 쉴 곳들이 바로 그렇게 많은 크고 작은 공원들이다.

사람에게는 앞을 내다보는 눈(vision)이 있어야 한다. 이 나라 지도자들에게는 그런 안목이 있었다. 한 예로서 이들은 보물의 땅 Alaska를 러시아로부터 고작 400만 dollars 라는 적은 돈으로 그저 줍다시피 얻는 행운을 차지하지 않았던가. 우리 박정희 대통령의 위업이 어디 한 두 가지 겠는가마는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수 십 년 전에 벌써 Greenbelt를 생각해냈다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에 다시 박대통령 같은 聖君이 나타날까. 지금 고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일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아직 혼미상태란다. 요즘은 정치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작심하고 산다만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이라 나도 모르게 궁금할 때도 있다.

공원관리소 옆 윗쪽으로 연결하는 다리를 넘어 New York Mets의 전용 구장(ballpark) Shea Stadium 쪽으로 향했다. 공원 한 가운데 설치된 이 다리 밑으로는 뉴욕에서는 가장 교통량이 많고 중요한 495 번 고속도로인 LIE(Long Island Expressway)가 지나는 곳이다. 이 다리를 건널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어떻게 차량들이 저렇게 많을 수가 있을까? 그야말로 자동차의 홍수다. 자동차 왕국, 자동차 천국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철도도 중요하겠지만, 이 나라에서 만은 철도는 자동차나 도로에 비길 바는 못 된다. 철도는 이용하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자동차 없이는 삶 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나라가 미국이다. 철도는 선택이지만, 자동차는 필수다. 한 해에 무려 2400여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팔리는 나라가 미국이라니 가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금년들어 비로소 일본의 Toyota가 마침내 GM을 누르고 1위 자리에 등극했단다. 우리 현대와 기아는 언제 일본의 Toyota 나 Honda, Lexus 등의 근처까지라도 갈 수 있을까 초조하다.

LIE를 따라 Exit 52 까지는  Long Island 에 있는 golf range에를 가느라 여러 차례 나도 차를 몰아보기도 했다. 이 도로만큼 차가 많은 도로는 미국 전역에는 아마  없을 것이다. Long Island 를 빼고는 New York을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Long Island 가 미국에서는 워낙 유명하고 중요한 지역인지라 그 곳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만 다른 기회로 미루기로 하겠다.

한 가지 LIE라는 고속도로에는 ‘HOV lane’이라는 게 있어 복잡한 길인데도 편리하게 되어 있다. High Occupancy Vehicle의 initial이다. 중앙분리대 쪽으로 나 있는 이 전용 차선에는 ‘나홀로 족’은 들어 갈 수 없다. 두 사람 이상이 탄 차만이 허용되는 차선이다. 이들의 머리 씀씀이가 놀라운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알고 보면 매우 합리적이라는 사실에 수긍이 간다. 이곳에서는 집사람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다 보니 하시라도 나는 이 편리한 차선을 이용할 수가 있다. 여기 사람들도 거의가 혼자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나홀로족이 대부분이다.

원형경기장처럼 만들어진 거대한 설치물 왼쪽 옆 길을 따라 걸었다. 아무도 없다. 한참 가다보면 어쩌다 한 사람 만날둥 말둥이다. 처음 가는 코스는 아니지만 전에 한 번 지나갔을 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큰 구조물 서쪽에 아담하게 별도로 설치된 무슨 전쟁 기념비 같기도 한 뭔가가 눈에 들어온다. 길 바로 옆이어서 일부러 들어가 자세히 보았다. 큰 바위를 납짝하게 멧돌모양으로 깎아 약간 지면보다 높게 올려 놓았다. 사람의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을만큼의 큰 바윗돌덩이다.

Time capsules deposited by Westinghouse Electric Corporation as a record of
twentieth century civilization on 23 September 1938 and on October 16  1965
to endure for 5.000 years.

라는 글씨가  올려 놓은 돌의 측면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일종의 time capsule이다. 5.000년 뒤에나 열어 볼 수 있단다. 하기야 지구의 나이가 수억 년이고 보면 5.000년 뒤에도 지구라는 땅덩이는 존재하겠지만,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과연 우리 인간이 그때까지 멸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궁금하다.

다시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긴다. GCP(Grand Central Parkway)를 서쪽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 갔다. 많지는 않지만 이 넓은 공원에도 몇 군데 comfort station(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모두 확인해 본 것은 아닌데, 아마 대 여섯 곳은 될까. 매우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다. 이런 시설물도 시간이 되어야 문을 열고 닫는다.

도로 이름에 parkway 가 붙어있으면 그것은 commercial (상업용) 차량은 다닐 수 없는 승용차 전용도로이다. 이런 parkway 가 곳곳에 있어 노약자나 부녀자들도 안심하고 편리하게 마음대로 차를 운전할 수가 있다.

이 번에는 공원을 빠져나와 111 번 street를 따라 오른 쪽으로 공원을 끼고 north로 곧장 올라갔다. 공원 옆의 길이라 그런지 이 도로가 어찌나 넓고 시원하게 뚤려있는지 속이 다 시원하다. 다니는 차도 별로 없다. 걷는 인도가 보통의 차도보다 더 넓다. 계속 가다 보니 오른쪽 큰 건물에 Terrace on the Park이라고 붉은색으로 써진 글씨가 눈에 들어 온다. 건물의 모양이 특이하다.

세계 건축물의 전시장이 뉴욕이요 그 중에서도 Manhattan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는 특이한 형태의 건물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다. 네 개의 큰 기둥 위에 둥그런 입체 원판을 올려 놓은 듯하다. 아파트로 치면 높이가 10 층 쯤 될까. 길에서 쳐다 보니 안에는 샹들리에(chandelier) 불빛이 찬란하다. 네 시가 조금 넘었는 데도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겨울이다. 아마 레스토랑인가 보다. 거기서는 공원의 경치를 내려다보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으리라.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역시 공원 한 쪽에 거대한 우주선 발사 모형 로켓 두 개가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거기가 뉴욕시 학생과학관 Hall of Science 이다.  드넓은 공원 한 쪽에 그런 훌륭한 시설을 갖춘 과학 학습장을 둔 이 곳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111 번 도로가 끝나는 곳까지 계속 올라가 보았다.

걸어서 다녀야 무엇이든 제대로 볼 수 있다. 관광 버스로 시가지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어찌 뉴욕의 참 모습을 보았다 할 수 있겠는가. 走馬看山이란 옛말이 딱 맞는 말이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는 뉴욕 시내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7 번 subway 밑을 지나 37 번 도로까지 가니 111 번 도로가 막힌다는 dead end의 사인이 보인다. 동으로 방향을 바꾸어 좀 슬럼가 비슷한 114 번 도로까지 더 가자 공원과 경계가 된다. 거기서 도로 집 쪽을 향하여 올라왔던 곳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집에까지 걸어서 가야하는 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이 공원이 밤에는 위험한 곳이라고 한다. 낮에는 경찰이 순회를 하는 때도 있으나 공원이 워낙 넓어 치안력이 다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다. 하물며 밤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늦은 시간에는 가급적 이런 곳은 다니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돌아오는 길은 종종 걸음으로 내쳤다. 그래도 오다 보니 아직 어쩌다 한 두 사람이 공원에 보이기도 한다. 어두워지는 시간에는 사람이 보이면 먼저 남자인지 여자인지부터 분간해야 한다. 여자이면 일단 안심이 된다. 대개 여자는 못된 짓을 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나 항상 남자가 말썽꾸러기다. 우리 사회에도 범죄를 포함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남자다. 그것도 나이가 많지 않은 남자들이 나쁜 짓을 도맡아 놓고 한다. 無所不爲요 眼下無人격인 이들을 순화할 수 있는 교육은 도대체 없는 것인가. 어른이 나쁜짓 하는 아이들을 보고 훈계하고 나무랄 수 있는 세상은 이제 영영 오지 않으려나.

내가 들어 왔던 공원 구름다리 계단에 이르니 5 시가 조금 넘었다. 왔던 길로 해서 학교 옆을 지날 즈음에는 주위가 꽤 어두어졌다. 학교 한 쪽 입구 출입문 위에 무슨 글귀가 새겨져 있는 건 전부터 알고 있다.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희미한 가로등이라 글씨가 잘 보이지를 않는다. 자세히 몇 번을 보니 정확히 알겠다. 마침 한 학생이 그 문으로 걸어 나오다 어두운 건물 벽을 쳐다보고 있는 나를 슬쩍 보고 지나 간다. 이상한가 보다. 고등학교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한 번 쯤 보고 그 의미를 새겨봄직도 한 평범하지만 좋은 말이다. 세상 진리는 평범한 가운데 있다. ‘소인(小人)은 특별한 것에 관심이 있고, 위인은 평범한 것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Knowledge is in every country the surest basis of public happiness.

그렇다 ‘지식은 어느 나라에서나 공공의 행복의 가장 확실한 토대다.’ 그러기에 모든 국가가 교육을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다. 국가 정책에서 교육보다 우선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다. 이 세상에서 모르는 것보다 더 서럽고 분하고 원통한 일은 없다. 지식은 마음의 양식이다. 남이 자기 배를 대신 채워 줄 수 없다. 자식의 지식이 부모의 것을 대신 할 수 없다. 자기가 알아야 한다. 배우자가 아는 것도 자식이 아는 것도 소용없다. 자신이 아는 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있다. 모르는 설움을 가까운 집안 식구들로부터는 받아본 적은 없는가.

발걸음을 재촉하여 집에 당도하니 5시 35분이다. 두 시간 반이 조금 더 걸렸다. 만보기(step counter)는 16.100 이 약간 넘었다. 이만 하면 오늘밤 쾌면(快眠)은 보장이다. 잘 먹고(快食), 잘 자고, 잘 배설(快便)하는 일이 건강의 3대 원칙이라는데 틀림이 없는 말이다. 20 세기 최고의 小說家 중 한 사람인 James Joys 의 작품 세계에서처럼 ‘stream of consciousness(意識의 흐름) 가 짧은 두 시간 반 동안 나의 意識世界에서도 내 몸둥이와 함께 먼 여행을 했다.

2007. 12. 14

丘林軒 / 草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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