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하며 모은 재산 금덩이로 바꿔 1억 기부
지난 10일 오전 부산 동구 수정동 경남여고 교장실에 배낭을 멘 백발의 70대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사는데 금을 모교에 전달하기 위해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자신을 이 학교 25회(1954년) 졸업생이라고 밝힌 노덕춘(76) 할머니는 허리춤 전대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조갑룡 교장 앞에 네 개의 연보라색 작은 주머니가 놓였다. 주머니에는 노랗게 빛나는 ‘골드바’ 형태의 크고 작은 금덩이 10개가량이 들어 있었다. 모두 2175g(578.7돈)으로 시가 1억원 상당이었다.
할머니는 긴말을 하지 않고, “저처럼 아프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과 후배를 위해 써달라”고 했다. 노 할머니가 금덩이를 내놓으면서 조 교장에게 밝힌 저간의 사연은 이랬다. 할머니는 부정맥이라는 지병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이북 출신인 부모님이 20여년 전 돌아가신 후 줄곧 혼자 살면서 변변한 직업도 없이 노점상을 전전하면서 생활해 왔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꾸준히 모은 재산이 있었고 그것을 금으로 바꿔 이날 모교에 기탁한 것이다. 현재 기초생활 수급자로 월 45만원가량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살아가는 형편이지만 평소 늘 ‘모교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이 같은 결심을 했다고 했다.
조 교장은 “할머니가 ‘지금 사는 동네가 재개발지역이어서 집이 철거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서도 ‘내가 꼭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왔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천안함 사건으로 순국한 장병을 위해 자신의 수중에 있던 현금 75만원을 몽땅 털어 기금을 내기도 했다고 조 교장은 전했다.
할머니는 학교발전기금기탁서에 ‘부정맥이 있는 학생을 도와달라, 또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 어려운 사람’이라는 글을 또박또박 쓴 뒤 “할 일을 해서 이제 어깨가 홀가분하다”는 말만 남기고 곧장 서울로 떠났다.
조갑룡 교장은 “수수하게 차려입고 아픈 몸이지만 얼굴이 참 맑아 보였던 할머니는 자신의 할 일이 다 끝났으니 절대 연락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자신의 어려운 형편이나 반세기를 훌쩍 넘는 세월에도 어려운 후배들을 챙기려는 할머니 마음이 가슴 저릿하게 느껴져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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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연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말보다 실천인데 말이다.
할머니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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