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적이 북이 아니었다면 –

                                                              – 김동길 –

 
천안함이 깨지고 침몰하여 대한민국의 젊은 병사 46명이 졸지에 목숨을 잃고,
대통령은 지난 4일 전군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작전도, 무기도, 군대 조직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며 
“강한 안보”를 강조 하였습니다.

지난 십 수 년, 서울역과 시청 앞 광장 바닥에 주저앉은 그 많은 청중이,
‘안보’를 목메어 부르짖던 그 날들을 회상케 합니다.
아무리 외치고 떠들어도 그런 군중집회에 대한 기사를 신문은 단 한 줄도
내주지 않았고, 
라디오와 TV에서는 언급도 하지 않던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분통이 터집니다.

정권교체를 그리도 갈망하던 1천 1백 수십만의 유권자들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밀어주면서, “소신껏 밀고 나가세요”라고 당부하였지만 이 대통령은
오히려 ‘안보’를 강조하는 우리들을 ‘우파·보수·수구·반동’인 줄 잘못 알고
계속 
구박해 왔습니다.

아직 의회정치가 자리를 잡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북의 김정일이 적화통일의
야욕을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는, 마치 6·25 전야 같은 이 땅에서,
‘좌’니 ‘우’니 ‘중도’니 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 아닙니까.
대한민국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이 판국에 ‘중도’가 어디 있습니까.

그 동안 측근의 그 ‘중도파’가, “북은 결코 우리의 주적이 아니고,
오히려 미국 놈이 우리의 주적”이라고 대통령에게 일러주었습니까.
그래서 대통령은 “나는 ‘우’도 아니고 ‘좌’도 아니고 ‘중도실용주의’”라고
입장을 
정리했던 것입니까.

이제는 청와대가 “우리의 주적이 북의 김정일이라는 개념을 되살려야겠다”고
한다니, 낭비한 2년여의 세월이 아깝습니다.
이제 대통령이 ‘중도’에서 약간 ‘우’로 잠시 자리를 옮긴 것이라면,
앞으로 때를 따라 다시 ‘중도’로 돌아오고, 경우에 따라서는 또 ‘좌’로도 가고
또 다시 ‘중도’로 복귀도 하고 –
그런 처신을 두고 ‘우왕좌왕’이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왜 단 한 번도 청와대에 오라는 소리도 안 합니까.
우리가 무슨 문둥병 환자들입니까.
‘안보’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섰던 우리들을, ‘수구’ ‘반동’으로 몰아야 한다고
귀띔해 준, 김대중·노무현의 수족들의 말을 경청한 것이죠.

우리가 밥 먹을 데가 없어서,
“왜 청와대에 한 번도 초청을 안 합니까”하는 것 아닙니다.
우리는 얼어 죽어도 곁불은 안 쬐는 사람들입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게 하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1등 공신은 아니라도 2등 공신은 됩니다.

남의 신세를 지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은 의리 있는 사람의 할 짓이 아닙니다.
어제도 주적이 북이었고,
오늘도 주적이 북이고,
내일도 우리의 주적은 김정일의 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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