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생님,
이 아름다운 글 읽은 지가 벌써 한 달여가 됩니다.
진즉 그랬어야 했는데 늦게나마 몇 가지 고쳤으면 하는 곳이 있어 말씀드리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옛 속담에 “자기 속곳도 못 꿰매는 년이 관청 바느질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바로 그 꼴인지 모르겠습니다.
1. 짖궂게 —짓궂게
2.심술맞은 — 심술궂은
글쎄요 ‘심술맞다’는 말은 쓰일 법도 한데 그런 용례를 찾을 수가
없 습니다. 그러니 이 글에서도 “심술궂은”으로 하심이 어떨는지요.
3. 덮히다 — 덮이다
4. 앙징맞다 — 앙증맞다
5. 핼쓱하다 — 핼쑥하다
6. 서있는 — 서 있는 (Ex. 우뚝 서 있는 산, 뜰 앞에 은행나무가 서 있었다.)
사실 우리 국어의 “띄워쓰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애매할 때도 많구요.
그러나 분명한 부분이 많은 것은 물론입니다. 저도 여기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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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나무 곁에서 10 – 봄이 오네요
지난 2월은 짖궂게 심술맞은 눈폭풍으로 집안에 갇혀 지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주말이면 더욱 기승을 부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해 언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나 몹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눈이 와도 봄은 모퉁이를 돌아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3월은 봄의 시작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몰라보게 부드럽고 따사로운 햇살이 가벼워진 어깨 위를 비추어서 모두 기분이 좋아짐을 느낍니다. 간간이 수북히 쌓인 눈을 미처 치지 못한 집들 때문에 위험한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했었는데, 지금은 도로변 군데군데 나지막히 쌓인 눈들 외엔 모두 녹아 즐겁게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낮에 걷다가 갑자기 들리는 요란한 새들의 지저귐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남쪽 이른 봄 따뜻한 햇살로 자글거리는 사철나무 사이에 깃든 수많은 새들이 저마다 목청껏 봄의 노래를 합창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노랫소리에 얼마나 생명의 감사함이 넘치는지요.
작은 화분 속에서도 눈이 덮힌 채 겨우내 잠들었던 가냘픈 줄기들도 낮은 몸짓으로 앙징스런 손을 내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장미나무 줄기에도, 죽은 듯 말없이 견디던 고목나무 가지에도 새순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촉촉해진 젖은 흙을 뚫고 봄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답답한 방안에 갇혀 힘들게 지내던 저의 오렌지나무도 어둡던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와서 오랜만에 봄나들이 하면서 밝은 태양 아래 마음껏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외출인데 밖에서 바라보니 소통하지 못했던 저의 잘못으로 앙상해진 가지들이 더욱 핼쓱해 보입니다. 잎이 다 져서 창백해진 가지들 때문에 더욱 미안하고 애처로운 마음입니다.
많은 잎들을 떨구고 우두커니 서있는 저의 오렌지나무는 바람이 불면 기다림에 지쳤던 어려운 시절 다 지나가고 봄이 와서 기쁘다고 얼마 되지 않은 잎들을 살랑이며 속삭입니다. 며칠 후 비가 오면 겨우내 쌓였던 먼지들도 다 털어버리고 깨끗이 씻을 수 있어 온몸의 피로가 많이 풀리게 될 것입니다. 어서 이른 봄비로 저의 오렌지나무도 기운을 얻어 죽은 가지에도 싹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봄은 생명이 소생하는 계절입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가 피고 그리고 제가 아주 좋아하는 목련도 필 것입니다. 그리고 개나리, 철쭉, 진달래, 벚꽃도 활짝 필 것입니다. 산과 들은 연두색 옷으로 곱게 갈아 입고서 예쁜 봄꽃으로 단장할 것입니다.
우리네 삶에도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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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쯤 거기 뉴욕도 온 시가지며 주택가가 온통 꽃대궐을 방불케 하겠군요. 서울의 봄도 과연 아름답습니다. 지금은 절정이 지났습니다만 워커힐 주변과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이 좋았고 응봉산 일대의 개나리도 장관이더라니요. 어디 좋은 데가 한두 군데라야 말이지요.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꽃구경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느끼는 즐거움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기야 매사가 다 그러하겠습니다만. 소위(所謂)말해서 코드(code)가 맞는 사람들이면 좋을까요.
늘 아름다운 생각만 하시면서 낙천주의자가 되어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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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9. 2010.
安養 林谷齋/草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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