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나무 곁에서 10— 봄이 오네요]를 읽고
윤선생님! 봄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마음 듬뿍 담긴 예쁜 글 잘 읽었습니다.한참 전에 이미 우리 곁에 성큼 가까이 다가왔나 싶던 봄이 요즘 며칠은 다시 뒷걸음질 치는 듯 하더니 저만치 물러나 애처롭게 손짓을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찬란한 봄이 결코 쉽게 찾아오지는 않나 봅니다. 그래서 영랑은 봄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 했겠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그러나 고국은 지금 섬진강변 매화축제며 구례 산동마을의 산수유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남녘의 봄소식에 온통 좀이 쑤실 지경입니다.
그래서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윤선생님!
저 자신도 잘 모르고 자주 틀리는 입장이면서도 주제넘게
우선 눈이 띄는 것이 있어 철자법상의 오류를 몇 개 지적합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제가 지적한 것이 또 틀릴 수도 있습니다.
뻔히 아는 것이면서도 조금만 방심하면 틀리기가 쉬운 게 우리말 철자인 것 같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다고 미심쩍은 게 있으면 번거롭더라도 일단 확인을 하는 게 상책일 겁니다.
특히 외래어(주로 영어)의 우리말 표기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카톨릭이 아니고 가톨릭이라든지 메세지가 아니고 메시지라 든지 이메지가
아니고 이미지라 든지 비전(vision)이라고 써야 한다는 등 말입니다.
아름다운 뉴욕의 봄이 그리워도 집니다.
얼마 안 있으면 꽃동네, 꽃대궐로 되어버릴 뉴욕의 봄이 말입니다.
뉴욕에는 목련(magnolia tree)을 심어놓은 집들이 많더군요.
특히 자목련(紫木蓮)은 우리 한국에서는 아주 귀한 꽃으로 치는데
거긴 그 귀한 자목련이 그리도 많더라구요.
아름다운 봄, 찬란한 봄을 마음껏 즐기시시 바랍니다.
드디어 왔는가 싶으면 어느 새 저만치 달아나 버리는 게 봄입니다.
그래서 “봄날은 간다”란 노래가 애틋하게 들리나 봅니다.
봄엔 어영부영할 시간이 없습니다. 부지런히 서둘러야 합니다.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했습니다.
March 22. 2010
서울에서 / 김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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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은 짖궂게 심술맞은 눈폭풍으로 집안에 갖혀 갇혀 지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주말이면 더욱 기승을 부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해 언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나 몹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눈이 와도 봄은 모퉁이를 돌아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3월은 봄의 시작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몰라보게 부드럽고 따사로운 햇살이 가벼워진 어깨 위를 비추어서 모두 기분이 좋아짐을 느낍니다. 간간히 간간이 수북히 쌓인 눈을 미처 치지 못한 집들 때문에 위험한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했었는데, 지금은 도로변 군데군데 나지막히 쌓인 눈들 외엔 모두 녹아 즐겁게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낮에 걷다가 요란한 새들의 지저귐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남쪽 이른 봄 햇살로 자글거리는 사철나무 사이에 깃든 많은 새들이 목청껏 봄의 노래를 합창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노래소리 노랫소리 에 얼마나 생명의 감사함이 넘치는지요.
작은 화분 속에서 눈이 덮힌 채 겨우내 잠들었던 가냘픈 줄기들도 낮은 몸짓으로 앙징스런 손을 내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장미나무 줄기에도, 죽은 듯 말없이 견디던 고목나무 가지에도 새순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촉촉해진 젖은 흙을 뚫고 봄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답답한 방안에 갖혀 갇혀 힘들게 지내던 저의 오렌지나무도 어둡던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와서 오랜만에 봄나드리 봄나들이 하면서 밝은 태양 아래 마음껏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외출인데 밖에서 바라보니 소통하지 못했던 저의 잘못으로 앙상하게 된 가지들 때문에 더욱 미안하고 애처로운 마음이 듭니다.
많은 잎들을 떨구고 우두커니 서있는 저의 오렌지나무는 바람이 불면 기다림에 지쳤던 어려운 시절 다 지나가고 봄이 와서 기쁘다고 얼마 되지 않은 잎들을 살랑이며 속삭입니다. 며칠 후 비가 오면 겨우내 쌓였던 먼지들도 다 털어버리고 깨끗이 ?을 씻을 수 있어 온몸의 피로가 많이 풀리게 될 것입니다. 어서 이른 봄비로 저의 오렌지나무도 기운을 얻어 죽은 가지에도 싹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봄은 생명이 소생하는 계절입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수선화, 튜립 튤립, 히야신스 히아신스 가 피고 그리고 제가 아주 좋아하는 목련도 필 것입니다. 그리고 개나리, 철죽 철쭉, 진달래, 벗꽃 벚꽃도 활짝 필 것입니다. 산과 들은 연두색 옷으로 곱게 갈아 입고서 예쁜 봄꽃으로 단장할 것입니다.
우리네 삶에도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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