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에 함경도 ‘함흥 얄개’ 등 북한 주민들 스스로가 평가하는 지역별 특징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쓰고 보니 거기에 더 추가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2006년 7월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각 지방별 기질을 표현한 4자성어를 소개했습니다.

이 사자성어 안에 ‘팔도 사람’의 성격상 특징이 담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 사이트가 전한 그대로 옮겨볼까요.

평안도: 맹호출림(猛虎出林). 사나운 호랑이가 수풀에서 나온다는 뜻으로서 평안도 사람들의 용맹하고 담대하며 힘찬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

함경도”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의미로서 강인하고 끈질긴 함경도 사람들의 성격적 기질을 표현하고 있다.

황해도: 석전경우(石田耕牛). 자갈밭을 가는 소라는 뜻으로서 황해도 사람들의 부지런하고 꾸준하며 인내성이 강한 성격상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강원도: 암하고불(巖下古佛). 천년을 묵묵히 바위 밑에 앉아 비바람을 맞는 오랜 돌바위처럼 인내력이 강하며 마음이 깨끗하고 도덕품성이 바르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경기도: 경중미인(鏡中美人). ‘거울속에 비친 미인’이라는 뜻. 이것은 ‘그림의 떡’과 같이 보기에는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다는 의미로서 오랫동안 양반토호의 세습에 젖어 화려하게 차리고 다니면서 인사, 도덕도 밝은 것처럼 행세하지만 겉발림만 해 성실하지 못한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 사람들에 대한 야유라고 할 수 있다.

충청도: 청풍명월(靑風明月).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의미로서 결백하고 온순하다는 충청도 사람들의 성격상 특징을 표현하고 있지만 언행이 느리고 야심과 경쟁심이 없으며 생활력이 약하다는 뜻도 담고 있다.

전라도: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에 흔들리는 버들이라는 뜻으로소 부드럽고 섬세한 감정과 인정미가 있다는 전라도 사람들의 성격상 특징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는 멋과 예술을 좋아 한다는 뜻도 있으며 주관이 없이 대세에 따라 마음이 변한다는 부정적 의미도 담겨 있다.

경상도: 태산교악(泰山喬嶽). 성격이 험준한 산비탈과 괴암절벽처럼 거칠고 드세다는 뜻. 조선시대의 한 학자가 경상도 지역을 돌아보고 험준한 산세를 표현하여 ‘태산교악’이라고 한 바 있는데 후세에 와서 경상도 사람들의 성격이 그와 비슷하다고 하여 지세보다 인품을 표현하는 말로 쓰기 시작하였다고 전한다.

자,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한 것이 있을 것입니다.

남북한 지역을 모두 다루면서도 남한 지역에 대히서는 특징과 함께 단점을 지적한 반면 북한 지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부문만 소개했습니다.

북한 사람은 다 괜찮고 부정적인 면이 없다는 것일까요…

다행히도 나는 이 4자성어들을 대학 1학년 한문 시간에 배웠습니다.

그 선생이 말한 대로 옮긴다면 북한 지역별 특징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함경도…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의미로서 강인하고 끈질기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왜 하필 그냥 땅도 아니고 진흙탕이겠나 생각해봐라…비가 온 뒤 진흙탕에서 개들이 딩굴며 물고 뜯고 싸우는 모습을 그려봐라…얼마나 처절하고 야비한가.

황해도…하필 그냥 밭도 아니고, 돌밭을 갈게 한 이유가 뭔지 생각해봐라. 부지런하고 꾸준하며 인내성이 강하긴 하지만, 그 힘든 조건에서도 불평 없이 채찍질을 맞아가면서 밭을 가는 것이 좀 모자라 보이지 않나. 난 그런 상황에서 도망가겠다.

강원도…벼랑아래 거적눈을 반쯤 뜬 채, 감은 채 앉아있는 늙은 부처를 상상해보라…그 속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음흉함이 막 떠오르지 않나…믿기 어렵고 배신 당하기 쉽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 아니겠나…

한문 선생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도 감히 말을 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평안도입니다…왜 거친 것 없이 지역별 험담을 하던 선생이 평안도의 단점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가 됐을까요…그 선생이 평안도 출신이라서? 아닙니다.

가장 근본적 이유는 김일성의 고향이 바로 평안도이기 때문입니다. 평안도 사람의 기질적 특징을 말하면 김일성도 같이 욕을 먹을 수 있다는 우려, 훗날 누가 뒤에서 고발하면 자기가 그런 이유로 체포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을 다문 것입니다.

선생이 안 가르쳐 주니 저는 지금도 평안도 단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저 지역별 특징이 어느 정도 맞는 말일까…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어느 정도의 근거는 찾을 수도 있을 수 있겠다 싶은 것이 개인적 생각입니다.

북한을 보면 한때 중앙당 간부의 70% 이상이 함경도 출신인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일성, 김정일은 간부사업을 할 때 함경도 출신은 될수록 뽑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함경도 출신들이 역차별 당한 것입니다.

함경도 출신들이 고위직에 많이 진출한 이유는 우선 출신성분이 좋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황해도 등 앞쪽은 일제 통치 시기와 6.25를 거치면서 결함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김일성 빨치산에 가담한 것이 대다수 북쪽 함경도 출신이고, 6.25때도 남북한이 올리 밀었다 내리 밀었다 했던 앞쪽과 달리, 북쪽엔 국군이 청진까지만 왔다 갔기 때문에(그것도 3일) 치안대 가담자도 적었습니다.

성분이 좋은 것 외에 들 수 있는 것이 함경도 사람들의 기질입니다. 정말 이악하고 끈기가 있습니다. 간부가 되겠다고 생각하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니지 않는 기질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함경도 출신들이 많아지면서 중앙당 내에서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기질이 발로된 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됐습니다. 물론 출신이 어디든지 권력의 주위는 원래 음모가 팽배하지만 함경도 출신들까지 가담하면 이건 붙는 불에 키질하기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거기다 끼리끼리 가족주의가 강해서 김일성이 지시해도 잘 먹히지 않았습니다.

지금 한국에 온 탈북자의 70% 이상은 함경도 출신들입니다. 국경에 가까워 탈북이 용이한 것도 있지만, 일단 목표를 세우면 끈길기게, 이악하게 달성한다는 기질적 요인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북한에서 군대나 돌격대 등에 나가면 각 지역 사람들이 다 몰려듭니다. 그리고 자기 지역별로 끼리끼리 뭉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충 이런 경향이 있습니다.

항상 헤게모니를 다투는 것은 청진파, 함흥파, 신의주파 정도입니다. 원산파나 사리원파도 머리수가 많으면 여기에 낄까 말까 합니다.

그런데 평양파나 해주파, 개성파 이런 것은 거의 없습니다. 잘 뭉쳐지지도 않거니와 심성들이 착해서 일단 싸움이 벌어져도 ‘똥개’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지도 않습니다.

물론 이런 시각은 개인적 경험과 견해라는 것을 참고해주시길…워낙 남한에선 지역 문제가 민감한 문제라 이를 다룬 글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냥 재미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로 북한의 지역 감정은 남한에 비해선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함경도 지역. 일제 강점 시절 중국으로 건너가 총 들고 항일투쟁을 한 사람들 중에는 함경도 사람들이 제일 많았습니다. 지금도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건너간, 그리고 한국에 온 탈북자 대다수는 함경도 사람들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함경도 위주의 탈북자들이 제일 증오하는 북한 지배층도 함경도 출신들이 대다수라는 것입니다.

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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