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에만 20 여년이 넘게 살았는데 우리가 사는 뉴저지는 한국과 기후가 비슷하지만 겨울이 더 긴 것 같아요. 11월부터 추워지기 시작해서 4월말에나 이 추운 기가 가시거든요. 거의 6개월이나 돼요.오래 살다보면 사는 형편이 나아지기도 해 더 큰집으로 옮겨살다가 이 혹독한 겨울을 두꺼운 이중 메리야스 내복을 입고 떨면서 처음 살았던 아파트를 -겨울에도 더워서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살았던- 얼마나 그리워하게요.
어쨌튼 너무나 기분좋은 봄이 왔습니다. 서울에 사는 언니는 진즉부터 여의도 윤중로에 벗꽃이 장난이 아니라는 둥, 진달래가 흐드러진 관악산 중턱까지 갔다왔다는 둥 서울의 봄냄새를 팍팍 풍기는 중에 여기도 좀 늦기는 하지만 개나리 벗꽃이 한참이라고, 더하여 나는 꽃밭 가득한 봄쑥을뜯어서 쑥국을 먹고있노라고 했죠. 먹는 팀이 좋겠죠?
봄이 오는 것을 잘 볼라치면 역시 고속도로에 나가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춘하추동의 멋진 변화가 도로를 따라 병풍의 파노라마로 펼쳐지거든요. 지금은 그저 시원하게 모든 짐을 내려놓고 안식의 깊은 잠에 빠졌던 목생?들이 마법에서 깨어나고 있지요.
공원에도 봄기운이 가득찼습니다.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자잘한 풀들이 반겨주는 이 없어도 자기의 목적을 다하고자 땅에 붙은 채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벌써 노란 땅깨꽃도 나왔네요. 무성한 숲 속에서도 이리저리 엉긴 나무줄기들이 자기 가지끝에 물을 뿜어올리고 있구요. 토끼들도 신이 나는지 많이도 뛰어다니네요. 사슴 대여섯 마리가 느릿느릿 봄나들이하구요. 봄바람에 살랑대는 호수의 부드러운 물결이 날아가는 새들을 간지러줍니다. 한참 걷다보니 여기도 웬 쑥이 이리 많은지, 쑥을 심어놓은 듯 드넓은 쑥밭이네요. 쑥은 생명력과 번식력이 얼마나 강한지요.
오래전에 읽었던 김성일 작가가 쓴 책에서 쑥이야기가 생각나네요.바벨탑사건이후 우리의 조상들이 이쪽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온갖 고생을 하면서 오는 중에 이 쑥 밭을 만나고 쑥을 먹으며 생존하며 왔다는 그런 이야기였는데….아주 감동깊었죠. 그때는 그 분 책에 빠져서 열심히 읽었는데 저도 먹고사느라 바빠서(참 좋은 핑계죠?) 그 뒤론 통 못 읽었네요.
올해는 쑥국을 많이 먹었어요. 꽃밭에서 많이 나니까요. 친구들이 와서 같이 쑥을 캐기도 하고 (전라도식), 또 한가지 이유는 장보기가 멀어서 그냥 잠시 나가 한 줌씩 뜯어다 맛있는 된장을 풀어 먹었죠. 올 봄은 비도 많이 오고 그러는 것으로 보아 올 여름엔 풍년이 올 것 같아요. 경기도 봄기운을 타고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예요. 새봄이 되어서 산뜻한 기분으로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소생하는 봄처럼 팽팽하지가 않네요.
요즘 다시 읽는 책 중에 고든 맥도날드의 ‘내면세계의 성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만났습니다. 나의 내면세계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는 것이죠.
시냇물이 흐르는 푸룬 초장처럼, 잡풀을 늘 뽑아주고, 흙을 부드럽게 하고, 예쁜 꽃들을 심어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은 그 안에서 주님과 함께 친밀한 대화를 늘 나누는 일이요. 아름답죠?
우리 모두 행복한 봄을 매일 맞으며, 만들어가기를….
전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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