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
(Three days to see)
헬렌 켈러
첫째 날,
나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 나서,
서둘러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 종일 인간이 진화해온 궤적을
눈으로 확인해 볼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겠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큰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오페라하우스와 영화관에 가 공연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덧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쇼윈도에 진열돼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나를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
헬렌 켈러가 애틀랜틱 먼스리(1933년 1월 호) 에 발표했던 이 글이
당시 경제 대공황의 후유증으로 허덕이던 미국민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이 글을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뽑았다.
452 total views, 1 views today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