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Kurzweil·67)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1990년 저서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 될 것임을 예언했다. 2029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라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그를 “인공지능의 미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궁극의 사고(思考) 기계’, ‘토마스 에디슨의 진정한 후계자’란 별명도 있다. 2012년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로 취임해 팀에서 뇌와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다.
커즈와일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인간의 영생(永生)이다. 그는 실제로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구글이 노화방지·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독립 벤처 ‘칼리코(Calico)’를 설립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커즈와일은 인간이 영원히 살기 위해선 ‘세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건강 관리법을 통해 노화의 속도를 줄이는 단계다. 두 번째는 생명공학 혁명으로 인간 신체를 재설계할 수 있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나노기술 발달로 만들어진 나노로봇이 모든 병원균에 대처할 수 있는 단계다. 아직은 다소 먼 이야기로 들리긴 하지만, 이 단계를 건너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레이먼드 커즈와일/조선일보 DB
커즈와일은 선친이 58세로 별세한 이후 특히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원한 삶이 가능하다고 믿는 미래학자는 현재 건강 유지를 위해 어떤 관리를 하고 있을까.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커즈와일이 사는 집을 찾아가 그의 식단을 공개했다.
커즈와일이 매일 먹는 것은 블랙베리·라즈베리 등 여러 ‘베리’류 과일과 다크초콜릿이다. 육류는 거의 먹지 않고 연어·고등어 등 생선을 먹는다. 녹차와 당이 가미되지 않은 두유를 즐겨 마시고 귀리를 볶아 만든 오트밀 죽도 먹는다.
커즈와일은 여기에 추가로 하루 100개 정도의 알약을 먹는다. 비타민을 비롯해 심장·눈·뇌 등 각 신체 부위를 위한 약과 건강기능식품이다. 예를 들어 코엔자임Q10, 루테인, 빌베리 추출물, 글루타티온 등이다. 한 때 하루 250개를 먹었지만 많이 줄인 것이라고 한다. 약 값으로만 1년에 수천 달러가 지출된다.

블루베리/조선일보 DB
커즈와일의 식단은 식품과 영양 분야 전문가들로부터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이미숙 ‘건강한 식탁’ 원장은 “노화 방지를 위해 특히 항산화물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데, 베리류의 과일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 유래 성분이 뛰어난 항산화작용을 하고, 다크초콜릿의 폴리페놀 역시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육류 대신 생선을 섭취하는 것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포화지방의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연어나 고등어와 같은 등푸른 생선에는 EPA, DHA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이나 두뇌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하지만 하루에 알약 100개를 먹는다는 것은 건강한 습관으로 보기 어렵고 특히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화해 적용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혜형 삼성생명 책임연구원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신 연구원은 “베리류와 다크초콜릿, 생선, 귀리, 녹차는 모두 치매와 심혈관계 질환, 암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라며 “하지만 질병이나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식습관 외에도 스트레스와 오염물질, 위생상태, 작업환경 등의 외부 환경, 신체활동, 생활습관과 그밖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요인들이 있다”고 했다.
신 연구원은 “현재까지 식단 조절을 포함한 어떠한 방식으로도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근본적인 노화과정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과거에 비해 근래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영아 사망률과 전염성 질환의 사망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며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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