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안순덕(가명·70) 할머니. 하루 두 번 찬물 한 컵에 각종 알약 열한 알을 꿀꺽 삼킨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아프고, 외롭고, 가난하진 않았다. 착실한 남자 만나 서울 강북에서 동네 미용실 하며 아들딸을 키웠다. 마흔 되던 해부터 몇 가지 불행이 연이어 닥쳤다.
30년 전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쓰러져 반신을 못 쓰게 됐다. 10년 전 할머니가 미용실에서 물 끓이다 보일러가 터져서 얼굴과 두 손을 심하게 데었다. 7년 전 아들이 암으로 먼저 갔다. 할머니가 “그때부터 우울증 약 먹고 있다”고 했다.
이 부부가 달고 있는 질병은 대충 세도 다섯 손가락이 금방 넘어간다. 뇌졸중·고혈압·신부전증·신경쇠약·편두통·불면증·우울증·위궤양…. 하지만 매 순간 할머니를 가장 괴롭히는 건 허리·무릎·발목 통증, 그리고 ‘고독감’이다. 어지러워 한 번씩 삐끗하고, 제대로 치료받지 않아 계속 아프고, 아파서 움직이기 힘드니까 만사가 다 귀찮고 서러워지는 악순환이었다.
“오래 서 있지 못하니까 설거지도 한 번에 못하고, 하다가 쉬었다 해요. 밥 짓고 걸레질하는 것도 한 번에 다 한 적이 없어요. 남편이 휠체어 타고 복지관 갈 때 잠깐씩 부축하는 것도 짜증 나요. 움직이기 싫고, 나가기 싫고, 친구도 만나기 싫어요. 딸이 우리 보러 거의 못 와요. 걔도 고생 많이 했어요. 먹고살기 힘들어요.”
사람들은 암이나 심장병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막상 노년이 닥쳤을 때 하루하루의 행복감을 갉아먹는 것이 꼭 그런 큰 병만은 아니다. 조비룡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가
“①연골 ②관계 ③할 일, 이 세 가지가 있어야 삶의 ‘마지막 10년’이 행복하다”고 했다.
‘자기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주위 사람들과 정 깊게 교류할 수 있는가’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는 보람이 있는가’. 세 가지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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