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어느 노부인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두 떠나고 혼자 덩그러니 살다가 이젠 늙어
커다란 집을 팔고 조금씩 짐을꾸리던 중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사용하던 물건들이 하나 둘 정리되어가고
아껴오던 오래된 가구나 물건들엔 번호가 붙여졌습니다.
삐걱거리는 마루를 가로지르며 남의 삶을 훔쳐보던 중
집 한 구석에 놓인 것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깨진 거울조각들이 들어간 것이 허접해 보이는데
어디서 본 듯한 모조품엔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습니다.
아마 노부인의 추억이 있는 물건인 듯 했습니다.
거울조각에 비친 화장끼 없는 내 얼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적나라한 나의 모습은 아닐런지.
모조품인 주제에 진품인 줄 착각하고
내가 아닌 나를 나로 알고 살지나 않았는지…
윤명희
201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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