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톡으로 보낸 사진들 .”

평소 페이스북만 해도 시간이 많이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내게 카톡을 들여다 보라고 오빠가 메세지를 보내왔다.

엄마는 미국 오실 오빠네 집에 짐을 푸셨다. 얼마 가서 내게 오시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따뜻하게 말을 해드렸다. “아들은 듬직하지만 살기는 딸이 좋지 .”

옛날 사고방식으로는 당연히 아들이 제일이고 아들과 사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하신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우리 두 남매를 키우시면서 한 번도 말로나 행동으로나 차별을 두신 적이 없으셨다.  무엇을 먹을 때도 똑같이 나누어 주셨고 새 옷을 해주실 때도 그러셨다.  오히려 내게 예쁜 옷을 더 많이 해주셨다.  그 이유는 평안북도에서 태어나신 엄마가 북쪽에서 선교사에 의해 먼저 기독교가 전파되었기 때문에 남녀노소 분별없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평등사상을 받은 영향이기 때문이리라.  

엄마의 증언에 의하면 할아버지께서 제일 먼저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상투와 수염을 자르시고 초대 교회의 장로가 되셨고 처음으로 초등학교를 설립하신 분이라고 하셨다.  엄마는 그 초등학교를 다니셨고 1등으로 졸업해서 상으로 탁상시계를 받았는데 피난하는 동안 그 시계를 못가져 와 못내 아쉽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내 생전 아버지 쪽이나 엄마 쪽의 부모님들이 이북에 계셔서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엄마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로는 엄마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외할머니께서는 그 옛날 하도 공부 하고 싶으셔서 남장을 하고 다니셨다고 했다.  그 후 신학교에서 공부하시고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시다가 황해도 해주로 내려오신 후 엄마도 서울에서 공부하고 일하시느라 잠시 떨어져 사시게 되었다고 한다.  

내 몸엔 이미 외할머니와 엄마의 진취적인 인자가 새겨진 것 같다.  나의 첫 딸도 하바드 입학시험 볼 때 에세이의 내용이 이런 것이었다.  할머니의 생사를 가르며 어린 아들을 데리고 먼저 월남한 남편 따라 혼자 월남했을 때 이미 자신은 할머니의 갈비뼈 사이에 존재했노라고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더니 오빠가 보낸 사진들이 나를 얼마나 흔들었는지.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발견된 엄마의 옛모습들.  오빠의 메세지에 이렇게 씌어있었다.  엄마가 이렇게 젊고 예쁜 시절이 있었다는 너무 놀라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추억 속의 빛바랜 사진들을 받아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엄마, 사랑스런 우리 엄마!

첫째 사진 : 오빠의 서울대학교 입학식 엄마가 얼마나 자랑스러우셨을까?

둘째 사진 : 결혼 조산원 자격이 있어 일본인 산부인과에서 일하실 . 왼쪽 모습.

셋째 사진 : 결혼 병원에서 근무하실 . 가운데 앉은 의사의 왼쪽에 앉은 엄마 모습. 

엄마는 의사가 되고 싶어 연대 세브란스에서 공부하며 일본에 가려고 하시다가 일본의 경제적 혼란으로 유학을 포기하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자랐다.  엄마는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라 무엇을 공부해도 아주 잘 하셨을 것이다.  나중에 나의 둘째 딸이 미국에서 의사가 되었으니 할머니의 소원을 성취시켜준 셈이다.

엄마는 한국에 계실 때 전국 셩경암송대회에서 4년 연속으로 1등을 하셔서 그 때 상으로 받은 상들과 성경책들을 미국에 오신 후에도 아주 아끼셨다.  그러나 엄마의 입으로 내가 상을 받았다고 자랑하시는 말을 이제껏 들은 적이 없다.  그만큼 말을 아끼셨고 신앙은 언어에서 시작된다고 항상 내게 주의를 시키셨다.  

그 영향으로 나도 말을 아끼게 되었고 잠시 방심한 사이 남의 험담을 했을 때엔 얼른 회개의 기도를 하게 되었다.  겉모습이 아니라 그의 열매로 사람을 봐야 하며 그의 행동과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 사람이라고 검지 손을 입에다 대시며 입조심하라는 시늉을 자주 하셨다.

이렇게 젊고 예쁘시던 엄마가 언제 연세가 드셔서 몸도 가누지 못하시고 요양원에서 보살핌을 받으시게 되었는지 믿을 수가 없다.  엄마는 일생 부지런하셨고 힘든 일도 척척 하시면서 펄펄 날으셨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시자 마자, 그리고 저녁에 잠드시기 전에 성경암송 하시고 찬송을 부르시기도 하셨고 낮엔 신구약 성경필독을 4번 정도 하셨고 영어필독도 한 번 하셨다.  그리고 찬송가 필독도 하셨다.  

이젠 거의 망각의 세계를 오르내리시다가 주님을 만나신 후 많이 좋아지셨고 평소 섭섭하고 분했던 일들을 하나 하나 푸시면서 회개하시고 평안해지시는 걸 눈으로 확연히 보고 있다.  흠도 없고 점도 없는 아름다운 신부로 변화시켜 주님 나라로 올라가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말 하나님 감사합니다.


윤명희
2016.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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